스타트 신드롬 -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
김진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 위즈덤 하우스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스타트 신드롬, 저자인 김진세는 여성 심리와 스트레스에 관한 전문가라고 한다. 저자의 소개에는 여자보다 더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정신과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고 적고 있다.
여자보다 더 여자의 마음을 잘 알면...
흠, 나 같으면 카사노바가 될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무엇인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겪게 되는 심리적인 고통과 그 고통을 피하려는 갖가지 증상을 다루고 있다.
우선, 크게 네 가지 분야를 정해서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성격, 사랑, 관계, 일...
생각해보니 한 사람에게 있어서 위의 네 가지 분야에서 성공적이라면 그 삶이 그다지 불쌍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몇 가지를 꼽자면...
우선, 부드럽고 속삭이는 느낌이 드는 가벼운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 어디를 펼쳐봐도 강하게 주장하거나, 목소리 큰 느낌이 드는 문장이 없다.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좋은 선배의 이야기 같은 느낌...

게다가 저자가 겪은 다양한 사례를 적절하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보니 공감대의 형성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아마도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들은 저자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례의 특징을 가상의 인물의 성격으로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인 특징이 뚜렷하다보니 나, 또는 내 주위의 어떤 사람과 쉽게 연결시킬 수 있다. 그러니 책을 읽는 데에 몰입이 잘 된다.

이 두 가지 특징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된다.
장점으로는, 편하고 쉽게 읽히고 공감이 잘 된다는 점이다. 당연히 책장도 잘 넘어가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아, 내가 갖고 있던 고민이 이런 요인이 있어서 그렇구나. 나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겠네.’ 또는 ‘음, 알고 보니 이런 거였군. 그렇다면 나도 시도를 해볼까?’와 같은 결심을 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몇 부분에서 크게 공감하게 되고 밑줄까지 긋게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아쉬운 것은 위에 언급한 이런 부분이 다른 한 편으로는 단점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마음 편하게 읽고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배려의 마음에서 가능한 한 딱딱하지 않고 심각하지 않게 글을 풀어쓴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하는 부분과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는 충분히 이끌어내는데 반해 그 해결책으로 내놓은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다.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습니다. 당사자는 너무 힘들고 고민이 됩니다. 성격마저 부정적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문제는 크든 적든 누구나 겪는 것입니다. 너무 심각한 고민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시고, 현재 처한 상황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하세요. 사실 당신이 갖고 있는 문제는 당신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해결책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단지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혹시 아무리 하려고 노력해도 안 된다면, 전문가의 상담과 함께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됩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논조는 바로 위의 글과 같다.
따라서 책을 읽다보면, ‘내가 갖고 있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증상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해결을 위한 조언이 너무 피상적이지 않나 싶다.

만일 해결을 위한 조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가령,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 위한 3주간의 훈련] 뭐, 이런 식의 제목에 날짜 별로 시도해 볼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준다던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지 않기 위한 자가 진단법 - 나는 나쁜 남자의 먹이가 되기 쉬운 타입인가?] 이런 식의 제목과 함께 자가 진단을 위한 문항을 나열하고 점수 별로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와 같은 조언도 함께 있었다면 실생활에 응용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서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관계에 관한 소개에 나오는 분노조절에 대한 부분에 분노를 관리하기 위한 네 가지 검토 항목이 나온다.
중요한가, 정당한가, 변경가능한가, 가치가 있는가...
이 네 개의 질문 중에서 하나라도 ‘아니오’에 해당한다면 분노를 가라앉히도록 하자. 뭐 이런 이야기이다.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처음 걸음을 걷게 되는 아기에 대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의 유머러스함을 엿보게 된다.
“한걸음 떼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꽈당’하고 넘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아기는 생각하지요. ‘젠장, 다시는 걷지 말아야지.’”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그림은, 퉁퉁한 아기 하나가 책상다리로 앉아서 얼굴 잔뜩 찡그리고 얼굴이 벌게지는 그런 모습이다.

각 장 별로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스타트 신드롬을 간략하게 적었다. 전문가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런 ‘스타트 신드롬’을 겪고 있으니, 우리의 고민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그런 메시지일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평소에 심각한 문제라고 고민하던 것들이 사실은 나만의 문제도 아니고 평생 해결할 수 없는 기질적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자각과 함께 조금만 노력하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책장에 잘 꼽아두고서, 가끔 힘겹거나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 그냥 아무 곳이나 펼쳐들고 편하게 읽다보면 저자가 옆에서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싶다.

“당신,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되요.
자,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그 힘든 짐을 내려놓으세요.” 

(이 리뷰는 이글루스 레츠리뷰에 선정되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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