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 1 - 르네상스의 거장
세르주 브람리 지음, 염명순 옮김 / 한길아트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레오나르도 다빈치 1, 2 - 세르주 브람리, 임명순 역 / 한길아트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뭐냐면..., 07년에 읽은 책 [인디라이터]의 본문에 이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 잠깐 등장한다.
밀라노의 군주 앞으로 보내기 위해 쓴 그의 편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편지에서 번호까지 매겨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거하고 있다.
가볍고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다리 모델에 관한 내용, 공성전에 사용되는 공격과 수비 작전에 필요한 능력, 요새나 진지를 무너트릴 수 있는 방법, 돌을 발사할 수 있는 포에 관한 내용, 해전에서 유용한 기구들과 군함의 제작에 관한 내용, 땅 파기, 전차 제작, 화기의 제작, 다연발 화살포, 게다가 평화 시에는 오락과 건축으로, 조각과 회화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남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런 편지의 목적이야 당연하게도 ‘나를 귀하께서 채용하여 주시옵소서.’하는 내용일 것이다.

[인디라이터]에서 이 인용문을 읽으면서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 유명한 화가, 모나리자 단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는 주인공, 심지어 그를 주제로 한 무수히 많은 이야기...
그런 역사적 인물이 사실은 군주에게 ‘나 좀 써 주세요.’라는 편지를 써야 했다는 것이 말이다.
그런 호기심에 구입했지만, 1권 앞부분을 조금 들춰보고는 바로 흥미를 잃었다.
빽빽한 활자와 딱딱한 문체, 게다가 온통 이탈리아의 중세 역사와 관련된 용어 투성이인지라 쉽게 읽을 수 없는, 멋대가리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아서 한 번에 많이 읽어야 몇 십 페이지 이상 넘기질 못했다.
최근에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 있다면 단연코 이 책이다.
또 하나, 내가 이 책에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중간 중간 눈에 띄는 오타였다. 그 덕분에 이 책 두 권을 읽는 데에 걸린 시간이 아마 두 달은 넘은 것 같다.
중간 중간 다른 책을 읽기도 하고, 읽다가 영 재미없으면 그냥 처박아두기도 하고...
그렇게 두 달 정도가 지나니 어쨌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거장이라고 일컫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탄생에서 시작해서 그가 눈을 감는 시기 직후까지, 결국 그의 일생을 담은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그가 태어나서 자라고 활동했던 시기에는 원래 그런 일들이 만연했는지 모르지만, 다빈치는 그의 아버지의 정식 부인이 아닌 여자에게서 태어났다.
그 덕분에 제대로 정규 학습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일찌감치 공방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예술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 눈을 감을 때, 그는 자신의 마지막 후원자인 프랑수아 1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고 한다.
물론 그의 생 자체가 엄청난 변화와 쉽게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사건들로 점철되기도 했지만, 정식 부인의 자식이 아닌,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서출로 태어난 그가 왕의 품에 안겨 죽었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이 평탄하거나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을 워낙 오래도록 읽었고, 보는 내내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그도 그다지 성공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의 수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평생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을 시작했지만 그의 손으로 끝을 낸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이 항상 호평만 받았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계약금을 받고도 일을 하지 않아 송사를 당하기도 하고, 노년에는 젊은 미켈란젤로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서 “도대체 그 사람이 제대로 끝을 낸 작품이 무엇이냐?”고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다방면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 건축, 도시계획, 온갖 기계와 기구류, 심지어 상당수의 인체를 해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관심은 그가 직접 남긴 온갖 메모와 편지 등의 기록물로 남아서 증거가 되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위안을 얻은 한 가지는 이런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만큼 천재적인 인물도 결국 사기꾼 소리도 듣고, 협잡꾼 소리도 듣고,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 지을 줄 모르는 성질 급하고 변덕이 심하다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인물도 그러할진대, 나 같은 보통 사람이야 오죽하랴 싶다.

중세 시절, 특히 문화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이탈리아가 그 중심에 있었나 보다. 내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 대부분 그 시절의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 게다가 미술사에서 배운 미켈란젤로와 같은 사람들도 결국 같은 시절의 인물들이 아닌가?

삼국지에서 주유가 제갈공명을 보고 이런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하늘은 주유를 내셨으면서 어찌 공명을 함께 내셨단 말인가?”
이탈리아에서는 어찌 같은 시대에 이렇게 유명한 예술가들이 함께 있었는지...
어쩌면 그들이 동시대에 존재했기 때문에 서로 라이벌이 되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이렇게 유명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죽어서도 그다지 조용하게 쉬지 못한 것 같다.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결국 그의 무덤은 훼손되고 그의 유골은 유실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라고 꼽을 만한 한 사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생을 주욱 훑어본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갖게 된 제일 큰 불만을 말하자면...
이 죽일 놈의 오타!물론 그 오타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것도 아니고, 다른 책들이 완벽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 오타를 가끔 드러내니 책 읽기에 더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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