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1.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 권영일 옮김 - 위즈덤 하우스
2. 나이팅케일의 침묵 - 권영일 옮김 - 위즈덤 하우스
3. 제너럴 루주의 개선 - 권영일 옮김 - 위즈덤 하우스
4.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내가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이런 것이다.
어느 날,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에서 [바티스타 팀의 영광]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게시 글을 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11편짜리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구해서 보게 되었다.
‘11편이면 아무래도 이삼일은 걸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에...
저녁 식사를 하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꽤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마지막 편을 다 보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다섯 시...
그냥 내리 11편을 다 보고 만 것이다.

다시 그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에 가서 다 보았다는 글을 남겼는데 잠시 후, 댓글이 달렸다. 영화도 있단다, 게다가 원작이 소설이란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재미있단다.
일단 영화를 구해서 보았다.
아무래도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로 마무리하기는 벅찼는지 조금 건너뛰는 느낌과 짜임새가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남자였던 ‘다구치’라는 얼빵한 주인공을 영화에서는 여자로 바뀌었다. 그 여배우는 [장미 없는 꽃집]에서의 간호사 역할을 했던 여 주인공.
흠, 미인이다.

결국 알라딘 사이트에 접속해서 [가이도 다케루]로 검색을 했다. 모두 네 권이 검색되었다.
모두 주문했다. 그동안 쌓인 적립금 덕분에 2만 원 정도에 네 권을 주문할 수 있었다.

드라마, 영화에 이어 소설로 만나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우선,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느낌의 [다구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드라마가 가장 몰입하기 쉽게, 재미있게 만들어진 것 같다. 소설 보다 조금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은 쉽게 알기 어려운 외과 수술, 그 중에서도 ‘확장성 심장 어쩌구’하는 병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글만으로 이해하긴 어려운데, 드라마는 이걸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서 아주 그럴 듯하게 설명했었다. 영화는 그래픽에 조금 더 돈을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쨌든 또 다른 밀실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으로 의심되는 수술 중 사망 사건’의 조사를 의뢰받은 사람은 별로 실력도 없고 쩨쩨한 ‘다구치’
거기에 후생성 소속의 조금은 엉뚱한 캐릭터 [시라토리]가 합류하고...
뭐, 시라토리라는 사람이 말하는 면담기법(?), [페시브 페이즈]와 [액티브 페이즈]가 어쩌고 하는 부분은 실제 존재하는 기법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그럴 듯 하다.

그렇게 해서 범인을 찾고, 그보다 더 깊숙한 문제점을 짚어내고 그렇게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나이팅게일의 침묵.
첫 번째 이야기, 바티스타 팀의 영광이 지난지 10개월...
병원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원하게 된 전설적인 가수 [사에코]와 병원의 간호사 [사요]
그 둘의 노래와 그 노래에 얽힌 사건의 전개.
[망막아종]이라는 병으로 안구를 적출해야 하는 소년, 그 소년의 아버지는 무위도식에 애비노릇마저 포기한 인간.
그 아버지에게서 수술 동의서를 받기 위해 노력하던 간호사 사요.
그 망할 아버지는 토막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MRI로 검사를 받던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간호사와 그로 인해 희한한 MRI결과를 받아들고 놀라는 의료진...

조금은 판타스틱한 부분도 있고, 이것저것 꿰어 맞춘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책장은 제법 잘 넘어간다.
첫 번째 이야기와 비교하자면 약간 더 상상력이 가미되었다고 할까?

여기에서 [시라토리]가 [다마고치]를 가지고 노는 부분이 몇 군데 등장한다.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바로 그 다마고치 게임...
내 책상 서랍에도 오리지날 다마고치가 하나 있는데...
왠지 조금은 더 친숙한 느낌?

세 번째 이야기, 제너럴 루주의 귀환.
역자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원래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귀환]은 한 편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분량도 너무 많고 해서 출판사에서 둘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둘은 원래 하나였지만 둘로 나뉘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렇겠지만 이 두 권은 처음 시작 부분과 중간 중간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의 특성 중의 하나가 날짜와 시간을 소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 날짜도 둘이 겹치기도 하고 하루, 이틀 차이로 나열되기도 한다.

날짜를 기준으로 둘을 중간 중간 삽입하면 하나의 책으로 맞출 수 있는 셈...

어쨌든 이 책은 오렌지 병동이라고 불리우는 구급병동의 책임자로 있는 [하야미]의 불법 거래를 둘러싼 이야기.
읽으면서 조금씩 커지다가 나중에 꽤 큼직하게 펼쳐지는 반전이 재미있다.

그리고 전작과는 다르게 제법 애절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특히 이 책은 전작 세편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일단 전작들은 같은 무대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벌어지는 이야기들이고 등장인물들도 중복된다. 특히 [다구치]와 [시라토리]가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무대에서 다른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이다.

조금은 복잡한 일본의 정치적 사회 복지적 이유로 대규모 병원의 의료진 충원이 대대적으로 행해지고, 그로 인해 지방의 의료진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간다.
결국 말단 지방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그로 인해 오히려 서민들의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 정책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영역이 산부인과, 신생아 쪽이라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른두 살의 아름다운 산부인과 의사 [소네자키 리에]
대학병원에 적을 두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며, 앞서 언급한 무너지는 지방의원 중의 하나인 [마리아 산부인과]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진료도 한다.

법적으로 금지된 대리모 출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투서로 사건이 커지고...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모든 직함을 버리고 [마리아 산부인과]의 원장으로 취임하고, 산부인과에서 불임클리닉으로 바꾸고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결말을 맺는데...

일본의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와 인식의 차이가 있는 부분 때문에 조금 불편하거나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일본은 근친 연애나 결혼에 관해서 우리나라보다 꽤 개방적이다.
그러다보니 남매간의 사랑이야기도 종종 보이고, 부모 자식 간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딸의 불임을 위해 50이 넘은 엄마가 대리모가 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무래도 우리의 사고와는 다른 부분이기에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이렇게 네 권의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을 읽었다.
네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분량이 꽤 많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
다시 말해서 “재미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가끔 생각하며 읽어도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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