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안명희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 안명희 옮김 / 말글빛냄

이 책은 미국인인 지은이가 전 세계의 축구 클럽을 직접 인터뷰하고,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쓴 글이다.

중요한 점은 지은이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낮은 나라에 속한다.
여전히 미국은 축구보다 미식축구에 더 관심이 많고, 썩 뛰어난 축구클럽도 없는 편이다.

그런 나라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는 조금은 특이하게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적고 있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축구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인터넷의 발달로 축구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접할 수 있게 되고 케이블 채널과 위성방송 덕분에 조금 더 쉽게 축구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은이는 거실 소파에 누워 축구경기를 관전하며 깨달은 것이 ‘축구야 말로 어느 경제기구보다 앞서서 세계화를 이끈 주역’이라는 사실이라고 한다.
 

저자는 잡지사에 근무하던 중 8개월 동안 휴직을 하고 전 세계의 축구 경기장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참 부럽다. 8개월을 쉴 수 있다니...)

목차를 보자.
갱스터들의 천국 - 세르비아 서포터스의 민족주의 부활
종파의 포르노그라피 - 셀틱과 레인저스의 종파 전쟁
유대인 문제 - 현대 유럽의 유대주의와 반유대주의
감상적인 훌리건 - 로맨틱한 반란군인 영국의 훌리건
카르톨라스의 존속 - 정치 부패로 위축된 브라질 축구
카르파티의 흑인 선수 - 우크라이나 선수들 사이에서의 인종차별
이탈리아의 과두재벌 - 스포츠 정책, 여론 조작, 부패한 정치
부르주아 민족주의의 매력 - 바르샤를 둘러싼 민족주의와 문화적 특색
이슬람 세계의 희망 - 중동의 미래를 여는 열쇠, 축구 혁명
미국의 문화 전쟁 - 세계화가 가져운 미국의 문화 분열

위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럽과 그 클럽만의 독특한 문화, 심지어 영국의 유명한 훌리건까지 다 이유가 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것은-어쩌면 그런 정보를 이 책에서 처음 접한 나에게만 특이한지는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축구 클럽과 그 나라의 정치권력, 경제 권력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한다.

민족주의, 자국 문화 우월주의, 인종차별, 정치와의 밀착...
심지어 ‘독재를 위한 수단으로 쓰인’ 축구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국내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지 않나 싶다.
물론 우리나라는 축구보다는 야구가 먼저 프로야구를 출범시킴으로써 약간은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독재를 위한 3s정책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 책에서 축구가 전 세계적으로 어느 시기에는 각 나라별로 정책적으로 사용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적어도 축구에서만큼은, 다른 나라는 상관없어도 일본에게 만큼은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절박감을 갖고 있다.

사실 축구에서 일본에 지거나 이기거나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가 있을 수 없는데도 우리는 축구에서 일본에 지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 축구 선수들은 참 죽을 맛일 것이다. 실력 차이는 어떨지 몰라도, 축구라는 게 어차피 질 때도, 이길 때도 있는 스포츠인데, 일본에 지는 것만큼은 용납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지금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과거의 어느 시기에는 분명, 그리고 일부 국가는 지금 현재까지도 축구는 정치와 권력의 유지를 위한 ‘우민화 정책’을 펼치는 데에 기여를 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제일 마지막에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다.

역사가 오래된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민족적 공감대 형성이 그리 높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래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온 그네들의 선조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명의 인디언을 쫒아내고 그 넓은 땅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라고 해야 남북전쟁이라고 불리는 국내 전쟁 정도?
 

그러다 보니 그들은 다른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들만큼 치열하게 민족을 지키고 고수해야 하는 시기가 없었지 않나 싶다.

물론 내가 잘못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다른 어떤 나라도 미국보다는 민족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고행하던 시기가 다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그런 특성을 가진 미국에서 그리 치열하게 민족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필요하지 않았다 생각되고, 저자의 눈으로 본 축구와 민족 어쩌구 하는 부분에서는 미국이 그만큼 자유롭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한 사람의 이름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축구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다름이 아니고...
축구 좋아한다고, 국회의원 하면서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아보이는 'J' 그 사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