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제자 교육법 - 자투리 종이와 천에 적어 건넨 스승 다산의 맞춤형 가르침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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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제자들을 위해 남긴 충고를 담은 책이다. 책에서는 좀 더 세분화하여 글들을 주제에 따라 분류하였지만, 이 책에 실린 다산의 글의 주제는 내가 보기에 크게 2가지로 나눈다. 학문에의 권유와 출세와 성공에 대한 허무주의적 사고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글은 공부 식량이다. (맞춤형 가르침이라는 책소개에 대해서는 다산의 제자들을 잘 알지 못해 확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다소 안타까왔다.)


- 가래 끓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서, 눈빛이 천장만 쳐다보게 될 때 돌이켜 평생 한 가지 말할 만한 사업조차 없고, 죽은 뒤에는 온갖 처량하고 괴로운 일들뿐임을 생각하다가, 몸이 차게 식기도 전에 이름이 이미 스러져버리는 자는 대체 어떠한 사람이란 말인가?

조선후기이지만 유교사상에 따라 구축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 관리로 등용되어 살아간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염세주의 사고방식이다. 책 후반부에 학문에 대한 권유와 관직에 나아가 백성들을 위해 일하기를 권면하는 내용의 글이 많을 것을 보면, 이런 사고방식은 아마도 당쟁으로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향살이를 하게되면서 가지게 된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또한 몇몇 글에서는 기독교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글도 제법 있었는데 그가 천주교 신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특히 가난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나 땅문서를 믿으랴 같은 글은 성경의 산상수훈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다산의 글을 먼저 읽는다면 예수의 말 속에 나오는 '가난'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이기적인 욕심이 만연한 현재는 신앙생활을 하고 성경을 읽는다하더라도 그 의미를 너무 이기적으로 해석하는 듯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다산의 글이 그런 점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구원같은 현재 기독교에서 볼 수 있는 내용보다는, 자신의 삶이 유한한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 것을 노리는 탐욕을 버리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만족하고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을 이루기를 바라는 상당한 정신 수양의 결과물 같은 글이 많았다. 유학자 또는 실학자라는 선입관과는 거리가 있는 인생을 좀 아는 인물로 새롭게 다산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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