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 외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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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흥미롭게 읽어 저자의 신작도 무척 기대하였다. 전작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비슷한 시기에 읽으면서 최근 점차 심각해지는 혐오나 공격 심리 등의 원인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분석을 접한 바 있다.


전작은 조금 어려운 내용을 다루었다고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이번 책은 전작보다는 읽기 쉬워졌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의 지적에 비해 해결 방안은 다소 애매하여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더 커지는 것 같다.


현대를 탈 권위주의라고 하는데, 저자는 권력이나 권위의 근본을 추적하면서 권위나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 이외에 이를 허용하는 근본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서구사회에서 가장 높은 권위에 위치하는 종교적 권위를 분석하면서 그 근본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를 비롯하여 정치적, 경제적 원칙 등이 기초하는 가장 근본적인 권위 역시 근본이 없는 상황임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화폐까지도!). 저자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인용하여 인류는 물질적인 기반이 없는 서로의 약속을 믿는 존재인 것은 맞지만, 사실은 그 약속의 실질적 기반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결국 현대와 같은 탈권위주의, 혼돈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인류에게 닥쳐올 운명이었던 것이다.


현대가 되어 사람들의 지성이 깊어지고 인터넷 등으로 정보의 공유가 강해지면서 기존의 수직적 권위가 아닌 수평적 권위가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을 저자는 새롭게 이야기하면서 이 경우 이러한 수평적 권위에 대해 권위를 부여하는 대상은 '사회적 동의'라는 형태로 실제로 존재하므로 새로운 권위의 개념을 제시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권위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숙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서구사회에 있었던 좋은 사례를 이약하지만, 우리사회에 있었던 무엇무엇의 공론화라는 숙의 민주주의 사례를 생각하면 뒷말이 무성했었던 것 같다. 특히 현재와 같이 정치적 지형이 극명하게 갈리면 이러한 방법이 유용할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저자가 지적한데로 숙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주체가 모두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기본 전제가 완전하게 충족되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하면 이 책에 다룬 문제는 결국 인류가 충분하게 현명하지 못해 발생하니 어떠한 사회가 되던, 어떤 정치적 방법을 구현하던 사람이 더 똑똑해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권위를 구현하는가 이전에 정보 공유와 교육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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