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식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새벽 내........
이외수 님의 글 속에 침잠했다가 이제야 겨우 빠져 나왔다.
눈가에 계속 촉촉한 물기가 적셔져 있었다.
어쩌면, 푸른 바닷가로 가서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시린 가슴이나마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다.
그 가슴, 덥힐 수 있는 것들이 내 주위에 많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흔 아홉마리의 들개를 그리던 화가와,
좋은 글을 쓰고 싶어했던 여자와,
그 여자에게 가끔 위로(?)가 되어주던 쓸쓸한 시간강사와,
천체망원경을 사랑하는 작은형 민기와,
순수를 지키며 클래식만 틀어대는 음악 감상실 주인과,
팔아먹는 그림만은 절대로 그리지 않겠다는 무명화가 태하...
그들 모두는 바로 꿈꾸는 식물들인 것이다.

이 아침, 또다시 오염되고 부패했던 내 마음을 비워낸다.
오늘 만나는 세상은,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듯 싶다.
단지, 오늘 하루만이라도 갯내음나는 바다의 마음으로,
또 다른 새로움으로 피어나는 일출의 광경을 본 시선으로,
투명하게 하루를 조망해 나가길 희망한다.
가끔, 인간의 글이 나의 세포 하나 하나를 건드려
내 주변정리를 깔끔하게 하게 해 준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고마운 아침이다.
이외수, 그는 문장 하나 하나에도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기울이며 작품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문장 하나 하나를 읽는 내 가슴 한 켠,
예리한 칼날로 긁혀지는 아픔이 느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읽기를 마치고 맞이하는 오늘 아침, 지금 이 시간부터,
하루를 마치는 밤의 시간까지.........
아주 잘 살아내고 싶어진다.
그의 작품이 내게 그렇게 살기를 종용한다.


"역시 인간이란 좋은 것이다.
가슴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서로가 가슴속에 다른 식물을 키우고 있어도,
그 식물을 진실한 마음으로 키운 자는 키운 자끼리,
먼훗날은 가슴을 맞댈 수 있어 좋은 것이다."          

"가난하고 외로운 자들이여 안심하자.
사람들 밖에서 살던 사람들이여 안심하자.
우리는 비록 그렇게 살아왔다만 사랑만은 간직하고 살았으니
영혼까지 멸망치는 않으리라." 
                                                 - 이외수 님의 꿈꾸는 식물 중에서... -


이외수,
그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때로 동물도감, 식물도감, 과학도감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모기와 들개에 대해 새로 알게된 지식이 그렇고,
천체 망원경 헨즈와 탁구공을 이용해서 불을 질렀던 민식의 행위가 그렇다.
문학성과 상업성 둘 다 갖춘 이외수를 만나기 위해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바로 <꿈꾸는 식물>이 아닐까?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느끼는 것은, 슬프고 아프고 시리고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이외수님이 그랬지?
작가가 머리로 글을 쓰면 독자는 머리로 느끼고,
가슴으로 글을 쓰면 독자가 가슴으로 느낀다고...
그래서겠지? 새벽 내, 내 가슴은 아리고 고통스럽다.
그의 가슴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꿈꾸는 식물, 그 군상들 속에서 소외를 선택했던 민기를 통해
우리 모두는 진정한 삶으로의 회귀와
외로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지는 않았는지?...
20대 초에 읽었을 때 이 책은 단지 심한 정신적 고문과 함께 절망을 전할 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읽고 나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발견하게 됐다.
잃고 있던 순수를 찾아보려는 마음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기라도 했으니까...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 충격적인 섬세한 감수성' 이란 비평문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 이외수의 <꿈꾸는 식물>은
너무나 심하게 나를 고문한다'라고 말했다.
김현, 그의 그 말이 이해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지금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고통으로 살갗까지 아프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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