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린들 주세요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평점 :
→ 프린들 주세요 ←
"'퀴즈'라는 말은 1791년 더블린의 극장 지배인인 '달리'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달리는 새로운 말을 만들기로 내기하고는,
온 마을의 벽과 건물에 분필로 '퀴즈'를 써 놓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했고,
일주일도 안 되어 온 나라 사람들이 궁금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퀴즈'라는 새 낱말이 태어난 것입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만들어서 널리 사용하게 된 말은 '퀴즈'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프린들'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 - 116쪽 -
새 낱말 '프린들'이 무엇인지 궁금 한가요?
그렇다면 그 말을 새롭게 창안해 낸, 닉을 만나 보십시오.
바로 <프린들 주세요>란 감동적인 책을 통해서
닉 앨런과 그레인저 선생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겁니다.
<프린들 주세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지은이: 앤드루 클레먼츠
기자가 물었다.
"자, 닉, 왜 '프린들'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지요?"
닉은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 말했다.
"음, 선생님께서 사전에 나온 말은 모두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셨어요.
어떤 말이 뜻을 갖는 건 우리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말을 만들어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지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 113쪽 -
기발한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도 잘 아는 아이 닉.
시간 끄는 질문을 잘해서 확실한 시간 끌기 대장으로 유명한 닉.
어려울 때 자기한테 늘 강력한 수호자가 되어주는 고마운 엄마를 가진 닉.
항상 똑똑하고 재미있기를 기대하는 학교친구들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 닉.
아주 못된 아이와 똑똑한 아이와 착한 아이로 나누라고 한다면 그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을 아이 닉.
그처럼 그 누구와도 다른 아이가 바로 닉이다.
이 이야기에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그레인저 선생님의 눈빛 묘사의 글들이다.
회색과 남색 투피스 두 벌뿐인 옷에다 흰 블라우스를 받쳐입고 짙은 잿빛 눈을 소유한 분.
그 눈빛 앞에서는 누구나 먼지만큼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웃기도 하고, 배꼽 잡는 농담도 곧잘 하지만 그 눈에서 엑스선을 뿜어내는 분.
얼굴을 찌푸리더라도, 예리한 눈빛은 오히려 행복해 보이는 그레인저 선생님.
닉이 발표하는 동안 차갑거나 날카롭지 않은 눈빛으로 계속 웃음을 띠어 주시는 분.
쏘는 듯이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눈빛을 건넬 줄 아는 분.
닉의 창의적 사고에 기꺼이 악역을 선택해서 훌륭한 드라마를 성공시킨 그레인저 선생님.
마지막 장면에서 그레인저 선생님의 두툼한 편지를 읽고 난 후, 닉은 선생님의 눈빛을 떠올리며,
비로소 그 특별한 눈빛이 무엇을 뜻했는지 깨닫게 된다.
닉은 뚜렷한 교육 주관을 갖고 계신 부모님과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닉의 부모님은 '숙제 먼저'라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을 지키도록 자녀를 교육했다.
백과사전을 어른과 아이용으로 구비해 놓고, 사전을 찾아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도왔다는 점,
무엇보다 집안에 흥미있고 유익한 책이 많았다는 점,
주위 환경에 쉽게 동요되지 않고 아이의 입장에서 매사에 신중하게 대처한 부모님의 자세,
닉은 그런 환경 속에서 서서히 육적인 성장과 함께 정신적인 내면을 오롯이 채워 나갔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난, 내 주위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들의 눈빛을 기억해냈다.
샛별 같은 눈으로 너무 많은 눈빛언어를 구사하는 아이.
듬직한 체격과는 대조적으로 여리고 아름다운 감성을 마음에 품고 있는 아이.
집중력이 짧지만, 일단 책에 빠지면 몰두하는 진지한 모습의 아이.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끝까지 참여도가 높은 아이.
자기 세계를 품고 있는 고집불통인 아이.
산만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림의 세계가 매우 독창적인 아이.
말로 자기를 표현하는데는 늘 어색하지만, 그림으로 자기 마음속 풍경을 잘 표현하는 아이.
부모에게보다 내게 더 거침없이 솔직한 속 이야기를 털어놓아서 가끔 날 곤혹스럽게 만드는 아이.
아이들과 손을 나란히 잡고, 눈을 감고 만나는 세상에서는 더 자기 속을 투명하고 환하게 드러내는 아이.
그 많은 아이들에게 그레인저 선생님처럼 그들의 가능성을 찾아주고,
끝까지 그들을 지원하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과연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주위에서 내 가슴을 조심스럽게 흔들고 출렁거리게 만드는
아이들의 다양한 눈빛 하나 하나를 다시 되새기며 기억해냈다.
그레인저 선생님의 눈빛을 조금이라도 닮기 위해 난, 또 얼마나 정진해야 하는 걸까?
오랜만에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창작동화책 <프린들 주세요>란
책 한 권이 늘푸른을 오래도록 행복하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마운 아침이다.
♬ Richard Clayderman/ Noctur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