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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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미국 문학의 영원한 기념비' '국보급의 작품' '작가 피츠제럴드가 살아온 고단한 삶의 궤적이 깊이 새겨져 있는 작품' [위대한 개츠비]. 192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고 했던가?

  피츠제럴드를 '재즈 시대의 왕자'라고 한다. 재즈 시대란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대전을 겪은 뒤 서구 문명 자체에 깊은 회의를 보이면서 재즈에 심취하던 미국의 1920년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재즈 시대를 기적의 시대며, 예술의 시대며, 과도의 시대였으며 풍자의 시대였다고 말했다. 가끔 듣곤 했던 재즈의 선율을 기억하며 두 명의 남자를 떠올렸다.

  성대한 파티를 자주 여는 트리말키오를 닮은 인물 개츠비는 감성형 인간으로서 무능력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야망을 품고 육군장교가 되어 데이지와 만난다. 그러나 미국이 1차대전에 참전하면서 그는 유럽 전선으로 떠나게 되고 데이지는 개츠비와 헤어진 슬픔도 잠시, 곧 돈 많은 남자 뷰캐넌과 결혼한다. 오 년 후, 개츠비는 오직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엄청난 부를 누린 후 동부에 등장한다. 데이지와 상봉하여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들어간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했으나,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한낱 이룰 수 없는 꿈같은 데이지란 여자를 쫓다가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줄거리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본다. 그리고 쓸쓸한 한 남자의 뒷모습를 떠올렸다.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던 개츠비를… … 

  개츠비의 일생을 펼쳐 나간 화자는 성실한 이성형 인간으로서 생각이 느린 데다가 욕망에 브레이크를 거는 내면의 규칙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을 얼마 안 되는 정직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균형 잡힌 사람'이다. 화자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한 차례의 십 년이 펼쳐져 있는 나이 서른 살을 고독 속의 십 년을 약속하는 나이, 야심이라는 서류 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가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한 후 그의 삼십대를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해졌다.

  돈으로 가득 차 있는 목소리를 내는 여자, 데이지. 그 안에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그 끝없는 매력의 목소리로 개츠비를 사로잡았던 데이지. 그녀의 그 목소리를 듣고 싶은가? 그렇다면 함께 133쪽을 펼쳐서 읽어보자.

  {잠시 뒤 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양복과 실내복, 그리고 넥타이와 와이셔츠가 가득 들어 있는 커다란 옷장 두개를 열어 보였다. "영국에서 옷을 사 보내주는 사람이 있어요. 봄가을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물건을 골라서 보내오지요." 그는 와이셔츠 더미를 끄집어내어 하나씩 우리 앞에 던졌는데, 엷은 리넨 셔츠, 두꺼운 실크 셔츠, 고급 플란넬 셔츠가 떨어질 때마다 개켜졌던 자국이 펴지며 가지각색으로 테이블 위를 덮었다. 우리가 감탄하는 동안 그는 셔츠를 더 많이 가져왔고 부드럽고 값비싼 셔츠 더미는 점점 높이 올라갔다. 산호빛과 능금빛 초록색, 보랏빛과 옅은 오렌지색의 줄무늬 셔츠, 소용돌이무늬와 바둑판무늬 셔츠들에는 인디언 블루 색으로 그의 이름의 머리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갑자기 데이지가 소리를 내며 셔츠에 머리를 파묻고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나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훌쩍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겹겹이 쌓인 셔츠 더미 속에 묻혀버렸다. "슬퍼져요, 난 지금껏 이렇게… …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본 적 이 없거든요."}

 화자 닐은 말한다. 개츠비는 한번도 데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고. 그가 자기 집에 있는 모든 것을 데이지가 어떤 눈길을 주는지 그 반응 여하에 따라 새로 평가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 개츠비는 부가 가두어 보호하는 젊음과 신비, 그 많은 옷이 주는 신선함 속에서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그녀가 은처럼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빛을 발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순간을 위해 그는 젊음의 시절을 보냈다.

  개츠비의 삶은 한 마디로 데이지를 위한, 데이지를 향한, 데이지에 대한 집착으로 얼룩진 고난한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여자에게 향한 한 남자의 무모하도록 집요한 사랑의 비참한 최후가 많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사뭇 궁금하다.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일까? 거듭 읽어도 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부분에서 그가 왜 위대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 계획표 1906년 9월 12일
기상 … … … … … … … … … … … 오전 6:00
아령 들기와 벽 타기 … … … … … … 오전 6:15~6:30
전기학 및 기타 공부 … … … … … … 오전 7:15~8:15
일 …… … … … … … … … … … … 오전 8:30~4:30
야구와 스포츠 …… … … … … … …  오후 4:30~5:00
연설 연습, 자세 연습 …… … … … … 오후 5:00~6:00
발명에 관한 공부 …… … … … … …  오후 7:00~9:00

- 결심
섀프터스나 또는 xxx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궐련과 씹는 담배를 삼갈 것.
이틀에 한 번씩 목욕할 것.
매주 유익한 책이나 잡지를 한 권씩 읽을 것.
매주 5달러(줄을 그어 지웠다.) 3달러씩 저축할 것.
부모님 말씀을 잘 들을 것.

  개츠비는 위의 계획표에 고착하면서 생활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위대했다. 계획표를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므로 실천하는 사람은 그 실천 자체로도 위대하기 때문이다. 개츠비에 대해 계획표를 보고 위대하다고 생각한 건 순전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피츠제럴드나 평론가들이 생각하는 '위대하다'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츠비의 그 위대함이 계획표를 실천함에 있다고 과감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화자 아버지의 아름다운 조언.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자주 기억해야 할 문구가 되리라.

  현재 팔리고 있는 이 책의 판본만 27종. 피츠제럴드가 이끌어 나가는 문체를 김욱동의 편안한 번역(민음사)으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즐거운 책읽기 경험을 전하며,  내 나름대로 식의 독후감상문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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