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베어 하트 지음, 형선호 옮김 / 황금가지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베어 하트를 아는가?

최근 우리 집 거실 앉은뱅이 책상에 올려놓은 몇 권의 책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베어 하트의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이다.

결코 빨리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지 않은, 아니 빨리 넘겨지지 않는 책읽기의 경험이다. 아주 천천히 베어 하트에게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느끼게 해주는 책.

■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이라 그대로 옮겨본다.

■ 나는 이십대 중반에 사우스 다코타에 있는 베어 뷰트(곰의 언덕)에서 비전 탐구를 했다. 그것은 내가 네 번째로 참석한 비전 탐구였으며, 나를 그곳에 올려보낸 샤이엔 부족의 노인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금식을 한 세 번째 날 나는 비전 탐구 지역에 앉아서 손에 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그때 곰 한 마리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이것은 비전이나 꿈이나 환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로 살아 있는 곰이었다. 내가 파이프를 내려놓자 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곰이 일어나는 것은 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 육중한 곰의 공격을 받고 싶지 않았던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는 동안 곰이 내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쳤다. 세게 친 것은 아니었지만 힘이 워낙 좋아서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내가 다시 일어났을 때 곰이 다른 발로 나를 쳤고, 그래서 나는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면서 곰에게 우리 부족의 언어로 얘기했다.

'우리 아버지는 곰 씨족 출신이다. 그래서 곰은 내 아버지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서서 너에게 얘기를 한다.

네가 나를 치고 싶다면 쳐도 좋다. 네가 나를 죽이고 싶다면 죽여도 좋다.
나는 너를 내 아버지로 존경한다. 그래서 나는 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도망갈 생각이 없다.'

곰은 내 얘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 같았다. 이윽고 녀석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나는 산밑으로 내려가 샤이엔 부족의 노인에게 그 얘기를 해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분이 말했다.

'그 곰이 두 번이나 너를 쳤는데도 너는 맞서 싸우지 않았다. 대신에 너는 얘기를 했고 곰은 그 얘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방어할 때 무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방어적인 행동보다는 자신의 생활을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다.

네가 곰에게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네가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 그렇게 얘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네가 일어서기만 하고 싸우거나 도망가지 않은 것은 곰의 정신과 용기 있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너는 이제 (곰의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때 내 자신과 삶에서의 내 역할에 대해 무언가를 배웠음은 물론, (베어 하트: 곰의 마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새삼스레 깨달은 것은, 맑은 눈빛과 함께 진실하고 열린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는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메시지이다. 누구나 이론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상황에서는 감정이 앞서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눈빛이 가을과 함께 더 무르익고 깊어지는 계절이다. 그 계절의 길목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내 활짝 열린 마음에 시원한 기운을 담고 싶다. 이 가을에 만나는 벗들에게 그 시원한 기운으로 편안한 '쉼'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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