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를 읽고.....>

'절대로' '어차피' '그래도' 는 혜완과 경혜와 영선이 자주 썼던 부사어였다.
사람들은 자기의 성격과 행동 비슷하게 말투도 길들여지는 모양이다.
'절대로'라는 표현을 잘 사용했던 혜완은 왜 선우의 누이를 만난 자리에서 할말을 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결국, '그래 봤자 니가 어쩔 거야?'라는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이 사회에서 혜완 역시 놓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혜완은 경혜에게, 남편한테 느끼는 어떤 모욕감을 각기 다른 사람에게서 열 배쯤의 강도로 느껴도 좋다면 이혼을 하라고 말한다.
공지영은 여성 문제를 세밀하게 분류하여 제기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난 선우가 혜완에게 건넸던 대화에서 실마리 같은 희망을 읽은 것도 같다.
불완전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애쓰지 않으면 문제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거....
요는 함께 애쓰는 거였다. 그래야 혜완처럼 씩씩하고 꿋꿋하게 생활하는 많은 여자들이 계속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가... 남자들이... 하면서 핑계를 대는 여자들이 더는 없기를 바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자와 남자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이 목욕탕 앞의 발닦개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밟고 가도록 내버려두는 일은 제발 그만 두고, 결혼생활에서 여자가 남자의 하녀가 아닌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며 다시 아픈 추억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을 속으로 들어가는 우를 범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런 면에서 혜완은 비겁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혜완 아버지의 말씀처럼 한번 견디어 볼 수는 없었던 걸까?
그랬다면 재혼한 후 경환의 변화를 혜완이가 직접 경험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세월은 우리를 변하게 한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는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리라.
그러한 변화가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아름답게 변화되기란 그토록 힘드는 것일까?
20대 초반의 세 친구는 스콜피언스의 [헐리데이]를 들으며 경쟁적으로 시집이나 평론집을 사들이고 김지하의 금지된 시들을 몰래 읽고,
돈을 쓸 일이 생기면 언제나 이 돈으로 몇 권의 책을 살 수 있나 생각하며,
책값이 그들이 지불하는 모든 돈의 가치를 재는 척도였던 그 시절의 세 친구.
그들의 30대를 책을 통해 만나며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파 옴을 느꼈다.
그 가슴앓이가 나의 변화를 살피는 것으로 이어졌을 때 울컥 토해 내고 싶은 오욕들을 만나게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