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저항
방현석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현실앞에서 결단이 필요할 때 지난 날 겪은 시련은 용기가 되고,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지나온 길은 나침반이 된다. 자기가 지나온 길을 잊어버리고 자기의 과거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 자는, 그것이 개인이든 조직이든 역사의 시간 위에서 언젠가는 실종되고야 만다.'

이 글을 읽으면서 모란 공원에서 본 묘비의 글이 떠올랐다. 그 공원엔 전국대학생기자연합 활동하다 1996년 죽은 이형관의 묘와 묘비가 있다. 그 뒷면에 '선배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머리나 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일출이 있기 때문입니다'하는 글귀가 있다. 올 한 해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게 끊임없이 일출을 띄웠는지... 자문해 보면서, 머리나 입으로 사는게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 삶인가 생각한다.

몸으로 노동운동을 실천했지만 과거를 잊어버리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몸으로 실천한 게 아니라, 머리나 입으로 노동운동을 했다고 밖엔 말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자꾸 가슴이 아파왔고, 울기도 많이 했다. 노동의 아름다운 가치를 깨닫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접고 시간이 흐르고 그러했던 내 감동이 서서히 희석되어짐을 느꼈다. 그런 망각이 날 더 아프게 했던 것 같다. 그게 우리 인간의 속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서글프기도 했고...

변함없이 한결같은 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존경스러운 세상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아직은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박노해씨가 그렇다.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이 세상에 많아야 희망적이겠지.

노동의 아름다움에 감동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땀흘리며 노동하는 시간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편안함에 길들여 졌기 때문이겠지. 그 편안함은 곧바로 나태함을 낳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기 전에 힘들더라도 자꾸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아야 겠다. 내게 말없이 교훈을 주는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삶과 많이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어느 전교조 교사의 인상적인 글을 옮겨 본다.
'나는 내가 살아온 것보다 더 잘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내 삶에서 배우고, 자랑스럽게 여겨주는데 선생으로서 더 어떤 보람이 있겠는가. 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중에서 교사보다 훌륭한 것은 없다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참다운 스승이 되기를 열망했던 고사들은 전국에서 교원노조 건설투쟁에 나섰다.'
'99년 7월부터는 교원노조의 활동이 전면 합법화된다. 교원 노조의 깃발을 처음 높이 들어올렸던 그날로부터 40년 만의 일이다. 비록 더디고 때로 후퇴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강물은 거꾸로 흐르는 법이 없다.'

비록 더디고 때로 후퇴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강물은 거꾸로 흐르는 법이 없다......... 그렇다. 결국, 옳은 일은... 참된 것은... 때가 되면 받아 들여지고 빛이 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이 세상은 희망적인지도 모른다.

그 희망을 함께 하기 위해선, 불의에 맞서야 할 것이다. 비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살아 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지도 모른다. 작은 것부터 차근 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그렇게 힘겨운 것만은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길 바란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많은 대가를 치룰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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