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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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이 책을 제목처럼 조금씩 읽었다. 아껴가면서.

우선 관심 있거나 끌리는 제목 순으로 펼쳤다. 내 삶 어느 순간 만났음직한 이야기들을 글로 만나는 느낌이 이럴까.


달님 작가의 말처럼,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정서를 달님 작가의 글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알고 있었으나 새삼 책 속에서 확인하고 일깨워준 부분 앞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그때 거기에서 느꼈던 것들을 끄집어내서 느끼고 다독이며 어루만지는 시간을 가졌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처럼 글을 읽다 떠오른 영화들은 다시 꺼내보면서 꿈을 꾸었다. '영화는 눈을 뜨고 꾸는 꿈'이라니... 영화라는 매체를 어쩌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성에는 마음이 담겨 있어서 정성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치에코씨가 쓴 미화 일기에 마음이 머문다. 그 미화 일기가 '빠르게, 빠르게'의 삶을 '천천히, 건강하게, 청소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자신의 일에 마음을 다했던 치에코씨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깨끗해지는 걸 보면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지는데 요즘 나는 게으름을 부리고 있구나. 여기저기 청소해야 할 부분이 보이는데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반성하고 움직이게 한 대목이었다.


치에코씨 미화 일기를 보면서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서 청결을 유지해 주는 청소도우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급하게 볼일을 보고 깨끗하게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 잘 마련되어 있음은 물론 관리까지 잘 되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작가가 그렇고, 작가의 지인이 그렇듯 하루하루가 심심할 틈이 없는 삶을 우리 대부분은 꿈꾼다. 그 하루하루가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산다면 그보다 더 멋진 삶이 어디 있으랴.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휴식을 취할 줄 알고, 그 휴식의 힘으로 꾸준히 삶을... 사람을... 사랑하고 새로운 일상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러니 다들 지금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하던 거' 하며 살아가기를. '거기 가면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시시하지만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느슨하고 애틋하게. 그들을 우정하는 마음으로." 213쪽


이렇게 뭔가를 계속하는 사람들(할머니, 할아버지, 부모, 친구, 아이돌, 지인, 연인, 영화배우, 작가 등)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지 않은가.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것, 여전히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듣고, 사랑을 하고, 서로의 삶을 위로하면서, 각자의 삶에서 작게나마 창조해가며 우리는 삶을 살아낸다. 그런 삶의 향연 속에 내 삶은 어떤 빛깔과 음색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어디쯤 분명 자리하고 있을 나의 자리와, 내 개성을 애써 감추지 않을 거라는 마음과, 작지만 내 보폭으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은은한 희망을 마음에 머금을 수 있게 해준 책이다. 금세 자라는 것보다 내 나이엔 조금씩 자라는 게 좋다. 책 제목이 오래 마음에 머문다. 달님이 비추는 은은한 달빛이 마음에 스며들듯.

"그러니 다들 지금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하던 거‘ 하며 살아가기를. ‘거기 가면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시시하지만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느슨하고 애틋하게. 그들을 우정하는 마음으로."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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