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쪽
"그보다는 훨씬 복잡해, 캄빌리. 어렸을 때 마음속에 의문이 많았는데 사제가 되는 게 해답에 가장 가까웠어." 그 의문이 무엇인지, 베네딕트 신부도 같은 의문을 가졌을지 궁금했다. 그러고 나서 아마디 신부의 매끈한 피부를 물려받는 자식이 없으리라는 것, 그의 각진 어깨가 천장 팬을 만지고 싶어하는 아들의 다리를 받치는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생각하자 터무니없지만 강렬한 슬픔이 느껴졌다.
260쪽
어머니가 시선을 피했다.
"은네, 너는 쉬어야 해."
"이페오마 고모를 불러 주세요. 제발요."
어머니가 팔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얼굴은 울어서 퉁퉁 부었고 입술은 갈라져서 허옇게 일어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일어앉아 어머니를 안아 주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밀어버리고 싶었다. 아주 세계 밀쳐서 의자에서 굴러떨어지게 만들고 싶었다.
268쪽
"기운 차린 걸 보니 좋구나." 아마디 신부가 마치 내가 온전히 다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훑어보며 말했다. 내가 미소 짓자 그가 포옹하게 일어나라는 손짓을 했다. 그의 몸이 내 몸에 닿는 것이 긴장되면서도 기분 좋았다. 다시 몸을 떼면서 치마와 오빠와 오비오라와 이페오마 고모와 아마카가 잠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디 신부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그가 여기 있어서 마음이 따뜻하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그의 피부색과 똑같은 구운 점토 색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그에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85쪽
오빠는 닭을 집어 들어 아마카가 가져온 대야게 담긴 뜨거운 물에 던져 넣었다. 오빠한테는 어떤 정확성, 차갑고 냉정한 외곬인 면이 있었다. 오빠는 빠르게 깃털을 뽑기 시작했고 닭이 백황색 껍질로 덮인 홀쭉한 형태로 줄어들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깃털이 다 뽑힌 닭을 보고서야 닭 목이 그렇게 길다는 걸 알게 되었다.
334쪽
"왜 거절한 거야?" 오비오라가 물었다.
"나도 몰라. 자기들 기분이 좋으면 주고, 안 그러면 거절하는거지. 네가 어떤 사람 눈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보이면 일어나는 일이란다. 우리는 어느 방향이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걷어차도 되는 축구공 같은 거야."
337~338쪽
나는 아마디 신부의 독일 주소를 공책에 베끼고 또 베꼈다. 쓰는 방식을 계속 달리해 가며 또 베끼고 있을 때 그가 돌아왔다. 그는 내게서 공책을 빼앗아 덮어 버렸다. 나는 "보고 싶을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대신 "편지할게요."라고 말했다.
"내가 먼저 보낼게." 그가 말했다.
눈물이 뺨을 흘러내린 줄 몰랐다가 아마디 신부가 팔을 뻗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문질러서 닦아 줬을 때에야 알았다. 그리고 그는 나르 두 팔로 감싸 꼭 끌어안았다.
360쪽
나는 아마디 신부가 말하는 것을 믿는다. 또박또박 쓴 그의 기울어진 필체를 믿는다. 왜냐하면 그가 그렇게 말했고 그의 말이 참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 편지가 오기 전까지 그가 가장 최근에 보낸 편지를 늘 가지고 다닌다.
그의 편지는 내 마음속에 있다.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길고 자세하기 때문에, 내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내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몇달 전 그는 내가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일, 그냥 이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362쪽
오빠가 이곳에 들어온 뒤 한 달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굳어 갔던 그 눈은 이제 야자수 껍질처럼 딱딱해 보인다. 우리에게 눈의 언어가 정말 있었던 적이 있는지, 아니면 전부 내 상상이었는지 헛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