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줄무늬고양이의 뒷모습, 그 위로 휘어져이어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으로, 첫 눈에 보이는 앞 표지그림이에요. 뒷표지에도 조그만 그림이 있는데, 그 노란 줄무늬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꼭 쿠션처럼 잠자고 있어요.그리고 본문 그림 안에서도 뒷모습의 고양이가 참 여러번 보이고 있어요.
유령들과 계단에서 사는 고양이에게도 평온한 일상이 있었어요,전쟁 전에는요. 폭탄이 떨어지고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떠나가고, 또 더많은 폭탄이 떨어지고, 인기척없는 거리에는 쥐들과 고양이들만 간간히 보이는... 그런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바라보며 노란줄무늬고양이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얼마만한 시간이 지나갔을까? 드디어 거리에 널린 깨진 벽돌 틈에서 새싹이 나고 새들이 돌아오고 사람들도 다시 돌아와 부서진 집터에 다시 집을 짓고 벽을 통해서는 음악소리가 들려오게 되었습니다.
제비가 짓는 집을,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제는 너무 희미해진, 전쟁 전의 추억을 떠올릴려고 애써보는 뒷모습만 보이는 그 노란줄무늬 고양이가 기다리던 사람들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지요.'오스카! 너 오스카지!'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는 습성을 가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전쟁터에서 사는,전쟁을 그 자리에서 견디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쟁이 무엇인가를 참으로 잘 표현하는 그림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스카'라고 다시 이름이 불릴 때까지 고양이는 평생이 걸린 듯합니다. 고양이보다 오래 사는 사람들은 반평생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 상처의 기억들은 평생이 걸려도 회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입니다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뒷 모습의 고양이, 그가 바라보는, 겪는 전쟁이 마음에 와 닿는 정말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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