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링 라이즈 -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힘
폴 에크먼 지음, 이민주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거짓말들에서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며 산다. (스스로를 가리켜 나는 거짓말이라곤 모르고 사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명백한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필요에 의한 거짓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거짓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짓말,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거짓말 등등 그것이 선의를 위해서든 악의를 품고 있든 누군가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의의 거짓말 역시 선의를 가장해 그 순간에서 벗어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거짓말이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며 그러므로 상대를 위해서 밝히지 말아야 할 거짓말도 있다고 말한다. 악의없는 거짓말은 보통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상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하게된다. 이는 무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상대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 모른척 거짓에 동조해주는 상대에게도 해당한다. 그러고 보면 난감한 상황에 닥쳤을 때 이를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상대가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모른척 넘어가 주는 것만으로도 안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듯 소소한 거짓말들을 제외하고는 거짓말이란 행위가 상대를 속인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에 거짓말이 드러났을 때 예기치 못한 늘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본인의 이기심과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행한 거짓말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낳기도 하며, 그 거짓말이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이익과 얽혀있을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저자인 폴 에크먼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라고 한다. 그가 30년간 연구한 비언어적커뮤니케이션과 감정연구가 집약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속에는 거짓말탐지에 있어서는 가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인간상과 그에 따른 거짓말들이 분석되어 있었다. 

저자는 거짓말을 은폐와 왜곡의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은폐가 소극적인 거짓말이라면 왜곡은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거짓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사실과 다른 말을 꾸미는 것보다 단순히 사실을 숨겼을 때 죄책감을 덜 받는다.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 똑같은 손해를 끼치게 되더라도 사실이 드러났을 때 비난을 받을 소지가 적거나 자기합리화가 쉽기 때문에 은페를 선호하기도 한다. 사실을 모르는 게 오히려 상대를 위한 일이라는 변명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눈가리고 아웅 식의 변명이 여기에 속한다. '난 거짓말 한 적 없어, 그냥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드라마에서 이같은 말을 변명이랍시고 늘어놓는 악역들을 볼 때마다 참 뻔뻔하다 싶었는데 말하지 않은 이유가 남을 속이기 위한  목적을 숨기고 있었다면 이는 분명 거짓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역사속에 존재했던 거짓말이나 범죄자들의 거짓말 등을 예로 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밖에 거짓말을 간파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몸짓과 표정을 설명할 때는 사진을 이용하기도 한다.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려는 순간 드러나는 신체의 반응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설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신체 반응을 토대로 범죄자를 심문하는 거짓말탐지기를 백프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감정의 동요로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계가 항상 정확한 결과만을 나타낼 수는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표정을 보고 거짓을 읽어내는 일 또한 쉽지 않다. 미소라고 다같은 미소가 아니므로 미소에 속지 말아야 한다. 미소는 매우 독특한 표정이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한다. 미소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에 달하며 그 모습에 따라 표현하는 메시지 또한 다르다. 하물며 사람들은 괴로울 때도 미소를 짓곤 하니 미소로 사람의 마음을 읽기가 쉽지 않은게 당연하다. 미세하고 미묘한 인간의 표정들이 담고 있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며 살고 있다. 그 무수히 많은 거짓말들 속에서 때론 가벼운 거짓말을 눈감아주기도 하고 때론 무거운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슴을 졸이며 더 큰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이 하룻동안 하는 말 중에서 과연 진실과 거짓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다면 남에게 속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의 거짓말에 둘러싸여 매일매일이 피곤하다 못해 믿음이라곤 없는 사회를 경멸하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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