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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인생 3라운드에서 詩에게 길을 묻다
최복현 지음 / 양문 / 2012년 5월
평점 :
세상을 지혜롭게 산다는 건...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고 있노라 자부할 때 쯤이면 이미 낭이를 꽤 먹은 후가 아닐까. 그래서 너무 늦게 찾아온 지혜를 제대로 삶에 녹여내기도 전에 잃어버린 청춘으 그리워하게 되진 않을까 문득 겁이 날 때가 있다. 불혹, 중년이란 단어가 아직은 낯설게 느꺄지는 나이지만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는 걸 모르는 바라 아니라 벌써부터 미래의 내 모습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서른을 눈 앞에 둔 내가 이런 현실을 살고 있을거란 사실을 스무살의 내가 알지 못했듯이 말이다. 중년이란 더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님을 인정하고 다가올 미래, 그리고 그 미래 속에 내가 어떤 모습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지 머릿속에 그려볼 때면 어쩐지 가슴 한켠이 꽉 막혀왔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지나온 날이 후회로 남지 않으리란 걸 안다. 중년이 되어서도 세월을 야속하다 여기지 않으려면 현대에 충실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내게 필요한 건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을 적은 정답지였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인생이란 길목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길로 이끌어 줄 풀이를 찾게끔 돕는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다고 포기하기 전에 지나온 시간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의 삶을 포기대신 도전이란 글자로 채울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이 한권의 책이 많은 이들의 미래를 향한 첫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P.226
살아있으니까 고통을 느끼고, 살아있으니까 고뇌도 찾아온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무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아픔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삶은 얼마나 무미건도한가. 사람들은 무게와 고통과 고뇌를 피하고 싶어하면서도 더 깊은 고통과 더 짓눌리는 무게를 감당하며 산다.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다. 인생의 본질인 고통을 즐기고, 삶의 무게를 다행으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 고통이 없다면 내가 살아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삶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산 사람이 아니다. 살아 있으니 고통을 알고 살아 있으니 짐을 느낀다. 살아 있다는 느낌! 이 느낌이 나에겐 더 없는 축복이다.
이 책은 중년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누구나 중년을 지나왔거나 언젠가는 맞이할 것이기에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다독이고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료제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아주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