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싶은 여자 1
임선영 지음 / 골든북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보면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가령 별로 특별할게 없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책 속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캐릭터가 있다. 이 경우 그 인물의 성격과 행동, 삶을 따라가며 마치 내 일처럼 울고 웃는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일들, 쉴새 없이 계속 되는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로 인해 이야기에 대한 흥미까지 반감되어 버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 책의 경우 전적으로 후자에 속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늘어나는 건 짜증과 울화통 뿐, 서평의 의무가 없었다면 진작 덮어버렸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시간을 쏟아가며 스스로 홧병을 자초할 일이 있냔 말이다. 아무리 여자가 참고 사는게 미덕이라 여기던 시절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정도가 심하다. 이쯤되면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종갓집의 외동딸로 태어나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자란 한 여인이 불한당에게 겁탈당한 후 하는 수 없이 자신을 겁탈한 남자와 결혼한다. (한마디로 범죄자와 결혼을 한건데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가..당장 신고해서 감방에 쳐넣지는 못할 망정 황당하다 못해 제 정신인가 싶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여자의 정절을 목숨처럼 여기던 시절의 이야기니 여기까지는 억지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치자. 옛날 드라마에서도 자주 있었던 설정이고 그 시절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니..어찌됐건 이런 말도 안되는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만무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남편이란 작자의 사기와 횡포, 여자 문제 등등 정선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정도로 다이나믹하고 굴곡진 삶을 산다. 그런데 그녀의 삶에 안타까움의 눈물이나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질 않는다. 너무나 바보같다 못해 보는 이의 혈압까지 상승하게 만드는 끝없는 참을성에 화가날 뿐이었다. 책을 읽는 나도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인데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정도로 힘든 여인의 삶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옛날에는 다 이러고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꾸역꾸역 읽고 있자니 가슴이 턱턱 막히는게 냉수 없이는 못읽을 책이다. 뭐 너무 걱정이 없어서 사는게 지루하다 혹은, 나도 스트레스란 걸 좀 받고 싶다 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짜증을 유발할 만한 책을 고른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다만 나는 앞으로 책을 고를 때 좀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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