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 '윤하정의 공연세상' 무대 위 20인과의 진솔한 이야기
윤하정 지음 / 끌리는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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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사랑하고 무대가 사랑한 스무명의 예술가들.

 

 

난생 처음으로 뮤지컬을 본 날,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저 배우들의 삶은 얼마나 환상적이고 매순간 설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마음껏 춤추고, 마음으로 노래하고, 온 힘을 다해 쏟아내는 감정들이 눈물이 날 만큼 멋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 속에 녹여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고된 훈련으로 흘린 땀방울이 관객들의 따뜻한 박수로 보상받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내 눈에 비친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은 선택받은 이들과 같았다.

 

이 한권의 책에 스무명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 것은 바로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정성한의 이름이었다.  

처음 류정한의 무대를 본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올려진 지킬 앤 하이드였다. 당시 조승우의 폭발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지킬 앤 하이드가 공연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전 일찌감치 조승우의 연기를 본 터라 두번 째 관람에서는 더블 캐스팅이었던 류정한의 연기를 보게 되었다. 사실 첫번째 관람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에 전율이 일었던 나 역시 다시 한번 조승우의 연기가 보고 싶었지만 막이 오른 후 연일 기립박수가 쏟아졌던 조승우의 공연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얼마되지 않아 연일 매진행렬을 이뤘다. 내가 지킬앤 하이드를 예매할 때 만 해도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라 표를 구하기 어렵지 않았었는데 미리 봐둔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사실 나 역시 조승우란 배우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지킬앤 하이드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믿음으로 표를 예매했던 터라 조승우란 배우의 역량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었고 공연이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둘 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여튼 조지킬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자 조승우가 공연하는 날짜의 표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고 차선으로 류정한의 공연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역으로 알려진 배우였지만 그의 공연을 본 적이 없던 나는 지킬과 하이드라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 게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까다롭고 어렵기로 정평이 난 이 역할은 모든 남자 배우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역할인 동시에 최고의 뮤지컬 배우조차 섣불리 도전하지 못할만큼 힘든 역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블 캐스팅인 조승우에 대한 찬사가 같은 인물을 연기해야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노래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연기는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류정한이란 배우가 검증된 가창력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 예매를 해두고도 취소를 해야하나 망설였다.

그러나 예매해둔 자리가 워낙 명당이었던데다 지킬앤 하이드에 푹 빠져 하루종일 앨범을 듣고 또 듣는 지킬 폐인 생활을 하던 나는 어쩌면 새로운 지킬을 발견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결과만 말하자면...탁월한 선택이었다. 막이 내리고 쏟아지는 기립박수와 누구라 할 것 없이 일어서기 바쁜 관객들의 틈 속에서 나 역시 류지킬의 탄생을 축하하며 손바닥이 시뻘겋게 익는 줄도 모르고 박수를 치고 또 쳤다. 그런 류정한의 이야기가 실렸다니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그의 대답을 읽는 내내 특유의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로

쾌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장난기 넘치는 소년같은 모습의 인간 류정한이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는 역시 몇장에 담기에는 부족한 듯 해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한 사람의 매력적인 배우 정성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개그맨으로 더욱 익숙할 이 배우의 진가 역시 아이러니 하게도 조승우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맨 오브 라만차의 공연 그리고 예상했던 치열한 예매전쟁에서 실패한 나는 정성화의 공연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얼굴은 익숙한데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는 이 배우를, 뮤지컬 배우보다 개그맨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 이 배우의 연기와 노래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영화 한편을 보는 것과 공연 한 편을 보는 것은 큰 차이라 예매에 있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영화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막말로 돈 날린 셈 치면 된다지만 뮤지컬의 경우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큰 마음 먹고 예매한 공연인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아..고작 이런 공연 보려고 돈 들이고 힘들게 예매했나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예매할 때 배우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는 그냥 보고 싶은 이야기를 고르면 되지만 뮤지컬의 경우 한 작품에도 더블 캐스팅, 많게는 트리플 캐스팅까지 나오니 고민은 더욱 심해진다. 두 배우의 인지도가 비슷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쪽으로 관객이 몰리게 되고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의 공연은 예매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조승우의 공연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 하나로 개그맨으로만 알았던 정성화란 배우의 공연을 예매했다. 공연날을 기다리며 예상외의 관객들의 반응에 또 한번 놀랐다. 정성화의 공연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감탄해 마지않았고 정성화의 재발견이란 글들을 보며 다시한번 예매하길 잘했구나 싶어 흐뭇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공연날만을 기다린 다는 그날 이후 정성화의 팬이되었다. 이런 보석이 어디 숨어있었을꼬.....아니 왜 여지껏 이런 보석을 몰라봤을꼬..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지만 궁디팡팡~두드려 주고 싶을만큼 멋진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뭐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말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그의 인터뷰는 인간 정성화를 담고 있었다. 개그맨으로 알려진 자신이 뮤지컬 무대에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 등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그는 훨씬 멋진 사람, 멋진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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