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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기다려
심승현 지음 / 홍익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여린 포포와 순수한 파페를 오랜만에 만났다. 둘의 이야기에는 늘 세상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썩 내키지 않는 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쓰이는 일까지도 부드러운 그림과 언어로 뽀얗게 감싸준다. 아마도 이런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파페와 포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어도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세월이 가면 잊혀지거나 퇴색되어 버릴만도 한데 시간이 갈수록 더 기다려지고, 그 기다림만큼 반갑기만하다.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서 인지 예전보다 약간 성숙해 보이는 파페와 포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보니 가슴 한켠이 짠해졌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가슴을 울리는 이 책에는 생각보다 단단한 힘이 있었다. 실화라서 더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도 있었고 일상의 경험을 통해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도 있었다. 때론 익히 알려진 일화나 영화 속 이야기가 그림에 녹아들어 새롭게 다가왔고, 귀여운 장난감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있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 마음을 울리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도 여럿 있었다. 결혼 한지 백일밖에 지나지 않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시력을 잃게 된 개그맨 이동우씨의 이야기도 그 중 하나였다. 천안에 사는 40대 남자가 그 사연을 듣고 자신의 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 이동우씨는 눈을 기증받지 않고 돌아왔다고 한다. 왜 그냥 돌아왔냐는 물음에 이동우씨는 "이미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분은 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셨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까닭인 즉, 눈을 기증하겠다던 남자는 사지를 못쓰는 근육병 환자였다. 오직 성한 곳은 눈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P.60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 분은 오직 하나 남아 있는 것마저 주려고 하셨습
니다. 어떻게 그걸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P.142 마음이 지어낸 괴물에 무릎 꿇지 않는 것, 절망 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 하지 않는 것,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겁을 먹으며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는 것......
참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파페와 포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기울이다 보니 마음 한켠이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환한 기운이 듬뿍 담긴 책과 보낸 하룻동안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떠다녔다. 마음에 남는 여운이 가실때 쯤 파페와 포포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