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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2 - 21세기 소년의 달콤한 시간 여행
아라키 켄 지음, 미지언 옮김 / 좋은생각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보들보들, 몰캉몰캉 생각만으로도 입에 넣는 순간의 기분좋은 식감이 떠오르는 듯한 달콤한 푸딩!
예전에 일본에 잠시 다녀온 뒤 가장 생각났던 음식은 화려한 스시도 든든한 라멘도 아닌 바로 고로케와 푸딩이었다. 추운 겨울 일본에 머무는 동안 며칠을 매일같이 고로케를 먹겠다는 일념하나로 친구들과 달려갔던 기억, 집에 가면 부모님께도 꼭 맛보여드리겠다는 생각에 돌아갈 준비를 하며 제일 먼저 편의점에 가서 푸딩을 잔뜩 샀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 입맛에는 별로 안맞으셨던지 결국에는 거의 내 뱃속으로 들어가버렸지만 말이다.)
나를 사로잡았던 달달한 푸딩.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처음 먹어본 푸딩의 맛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유명한 가게에서 파는 푸딩도 아니었고 그저 아무 편의점에나 들어가면 살 수 있는 흔한 푸딩이었는데도 왜그리 꿀맛이던지...입에 넣으면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야들야들한 푸딩은 일본에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내게는 푸딩의 첫 맛이 인상적이었기에 그때 먹어본 푸딩과 똑같은 모양이 그려진 이 책이 눈에 번쩍 들어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야스베와 도모야가 최고의 푸딩을 만들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쇼안과자점의 푸딩이 입 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촌마게 푸딩 1권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2권을 받아들어 사실 걱정이 약간 앞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권의 내용이 어느정도 언급되어 있어 별 무리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1권에서 에도시대 사무라이 야스베가 어느날 갑자기 타임슬립으로 현대에 떨어져 도모야와 도모야의 엄마를 만났다면 2권에서는 반대로 도모야가 에도시대에 떨어진다. 도모야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야스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야스베를 찾으려던 도모야는 이상한 복장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지만 우연히 만난 린타로와 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후 도모야는 센을 따라 간 가부키 공연장에서 최고의 배우 에비조의 눈에 들어 가부키에 입문하게 되고 여성스런 분위기로 큰 인기를 끌게된다. 도모야는 자신의 인기에 취해 신문인터뷰에서 서양문물을 개방해야 한다는 위험한 발언을 하고 이로인해 또다시 위험에 처한다. 서양문물의 유입을 철저히 막고 있던 에도시대 사람들에게 도모야의 염색한 머리와 옷차림, 휴대폰과 시계같은 정체모를 물건들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도모야는 결국 감옥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생각치도 못했던 야스베를 만나게 된다. 야스베는 에도시대로 돌아와 사무라이를 그만두고 과자점을 열기위해 노력하던 중 빚어진 오해로 인해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는 강도높은 고문을 여러차례 견뎌내며 감옥 안 사람들에게 신이라 불리고 있었다. 도모야는 유배를 갈 뻔하지만 다행히 풀려나 야스베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야스베의 목숨을 건질 단 한번의 기회를 얻는다. 누구도 맛보지 못한 최고의 푸딩을 만들어 에도시대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야스베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만약에 실패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위험한 제안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인 야스베와 도모야. 최고의 푸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유의 비린 맛을 없애야만 한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결전의 날, 과연 도모야와 야스베는 푸딩을 완성시키고 야스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도모야는 무사히 현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타임슬립이라는 진부한 설정을 유쾌한 에피소드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시종일관 흥미롭게 풀어낸 촌마게 푸딩2. 기대이상으로 달달하고 맛있는 이야기였다. 시공을 초월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봐도 즐겁고 설렌다. 비록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통해 상상을 펼칠 수 있어 더 흥미로운게 아닌가 싶다.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타임슬립을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책을 통해서나마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것이리라. 많은 시간이 흘러 만약에 타임슬립이 가능해지는 날이 온다면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거기에 달콤한 푸딩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생각보다 유쾌했고 예상보다 참신했다. 일본의 역사를 잘은 알지 못하지만 도모야가 만났던 에도시대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도모야를 도왔던 린타로가 훗날 이루어 낸 일들은 어쩌면 도모야를 만났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역사와 상상을 버무려 낸 재미...바로 이런 게 이야기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야스베 아저씨가 만든 지쇼안 푸딩이 먹어보고 싶어 혹시 실재로 존재하는 과자점이 아닐까 검색 해봤지만 아쉽게도 이 역시 책 속에만 존재하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허구임을 알면서도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마도 에도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마성의 푸딩, 지쇼안 푸딩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