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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푸페이룽 지음, 한정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살면서 한번은 읽어봐야 하지만 생각만큼 접하기가 쉽지않은 책이 바로 성인들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만큼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라는 제목의 책이 한눈에 들어왔다.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도 잠시, 한장 두장 넘어갈 수록 점점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딱딱하게 가르침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담겨 있었다.
"군자지교담약수" 군자 사이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지만,소인배 사이의 사귐은 그 맛이 단술과 같다는 뜻이다. 장자에 나오는 이 말에는 심오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진정한 우정은 흐르는 물처럼 담담해 오래 유지되지만, 이익을 바탕으로 이룬 관계는 향기로운 술처럼 달콤해도 이해가 상충하면 바로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장자는 사람들 사이의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어떤 우화로 사람들 사이의 이해득실을 설명할까?
P. 65
장자가 들려준 우화는 이러했다. 가라는 나라에 살던 임희라는 사람이 도망칠 때 보물는 모두 버리고 어린아이만 업고 가자 이를 의아하게 여긴 사람들이 어째서 금은보화도 마다하고 아이만 업고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가 말하길 '보물이 이익이라면 아이는 본성에 해당하기 때문이오.' 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장자는 "이익은 후에 재난이 닥피면 갈라설 수 있지만 본성은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절대 떨어지지 않고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처럼 사람의 본성이 지닌 귀한 가치를 이익과 견주어 무엇이 우선해야하는가, 그리고 이해득실을 떠나 진정 가까이 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말한다.
우리는 평소 이득을 좋고 손해는 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불확실한 요소는 다소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때로는 변화가 생겨서 이해관계가 바뀌기까지한다. 새옹지마 고사가 대표적인 예다.
P.70
또하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점쟁이를 찾아가 자식들의 관상을 봐달라고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점쟁이를 찾아가 여덟 아들 중에 누가 가장 출세할지를 물었고 그러자 점쟁이는 '곤'이라는 아들의 팔자가 가장 좋다고 말해준다. 이유인 즉 평생 국왕 옆에 있으면서 좋은 술과 고기를 먹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좋아하기는 커녕 울기 시작했다. 입에 단 술과 고기를 먹는 대신 치러야 할 대가를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술과 고기는 입에 다니 먹을 때는 좋겠지여. 하지만 그 술과 고기의 대가를 언젠가는 피러야 할 것이오. 그 대가가 아들놈이 치르기에 너무 벅찰까 그것이 걱정일 뿐이오. 난 줄곧 내 자식이 세상의 부귀영화 따위는 좇지 않기를 바랐소. 그런데 지금 내 아들이 국왕 곁에서 함께 술과 고기를 나눈다고 하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소. "
아버지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후에 아버지는 곤을 연나라로 보내 일을 시켰는데 가는 도중에 강도를 만나 두 다리가 잘린 채 풀려났가. 그리고 곤은 제 강공의 문지기가 되어 평생을 강공을 따르며 그와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점쟁이의 말대로 왕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평생을 살 수 있었지만 두 다리를 잃었던 곤의 이야기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하나를 얻기 위해 커더란 희생을 치러야 할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실감케하는 이 우화를 통해 운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복권당첨자들의 불행한 인생을 여기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부러워하는 타인의 운이 어쩌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어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어디서 저런 운을 타고 나서 복권에 다 당첨되는 거지?'라고 부러워 하지만 그들이 생각과 달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던 이유가 엄청난 부를 얻는 대신 치렀던 대가가 아니었나 싶다. 타인의 운을 부러워 할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질 운 또한 그 대가가 내가 지불하기에 너무 가혹한 것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장자의 말처럼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기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우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는 이 책 속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값진 가르침이 가득했다. 타인의 삶에 나를 비추어 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밝아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