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상처받는 관계만 되풀이하는가
카르멘 R. 베리 & 마크 W. 베이커 지음, 이상원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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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좌절감을 맛보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자기비하에 시달리게 만들곤 한다. 왜이리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은지 답답해하다가, 때로는 나만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게 아닌가 싶어 덜걱 겁이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 못해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주는 내 모습에 또한번 실망하게 된다.

어려서는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어갈 수록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얻기가 힘들어진다. 어쩌면 또다시 상처받는 게 두려워 지례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것 같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번쯤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들이 초래한 곤란한 상황에 맞닥드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마음을 열고 상대를 대했는데 그것이 나중에는 생각치 못한 상처가 되어 돌아온 경험도 있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러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라 아무렇지 않은 척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그때의 경험들은 상처로 남았다. 지금이야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상대방과 부딪히기 싫어 내색하지 않고 지나치는 편을 선택하지만 예전에는 나름 옳다고 생각되는 일은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풀리던 때도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떤게 맞는 것인지 보다 어떤게 편한 것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신념이 사라진 어른이라...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밖에는 나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을..딴에는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마음 속에 벽을 쌓았고 그렇게 세운 벽을 부셔버리기란 생각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표면적으로만 드러나는 반복되는 상처에 지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진솔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지금의 나. 다른 이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누구도 내게 다가올 수 없도록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주위를 살피는 나는 피해 입을게 두려워 포기를 택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마음을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관계가 불가능하게 느껴지시 시작할 무렵 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 대신 조용히 있는 편을 택했고, 그렇게 굳어진 성격은 회복불가능하게 여겨졌다.

                                                      

쾌활하고 낙천적이게 보이는 사람들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 오래되어 딱지가 앉아버린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다양한 감정들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됨을 생각해봤을 때 '인간 관계를 망치는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치유 심리학'이란 책 소개는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는 비법이라도 담겨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들은 생각보다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두려움, 분노, 죄의식, 슬픔, 거짓힘 이 다섯가지의 피해자 덫을 사례를 통해 이해시키고 이어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이같은 구성은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의 내용을 나 자신에게 대입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 장마다 다양한 사례를 들려줌으로써 공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일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이런저런 부연설명보다 사례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느끼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반되는 것이 훨씬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관계에 정답이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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