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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는 살아 남아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무자비한 살인 게임에 참여한 열여섯 소녀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그것은 캐피톨 사람들의 유희를 위해 해마다 희생되고 있는 스물네명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수도인 캐피톨이 지배하는 독재국가 판엠. 그곳에서 캐피톨 이외의 주변구역 사람들은 모두 캐피톨 사람들을 위해 희생해 마땅한 노예에 불과하다. 캐피톨의 독재정치에 반역을 꾀하는 구역은 철저히 파괴당하고, 캐피톨에 대항하려는 마음조차 품을 수 없도록 그들은 모든 것을 통재하며 공포정치를 펼친다. 그리고 해마다 돌아오는 추첨일이 되면 주변구역 사람들은 두려움과 절망 속에 확률의 신이 자신과 가족의 편에 서주길 기도하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캐피톨 사람들의 가장 큰 오락거리이자 캐피톨 권력의 상징이기도 한 헝거게임. 이 게임의 대상은 아직 어린 십대 소년소녀들이다. 총 12개 구역의 십대들 중 추첨으로 뽑힌 스물네사람이 헝거게임의 대상이된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나 자비란 없다. 각 구역마다 소년 소녀 한명씩 반드시 참여해야하며 게임은 서로를 죽여 단 한사람의 생존자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다른 것은 필요없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만 하는 무자비한 살육게임인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은 추첨부터 훈련, 게임, 마지막 우승자가 탄생하기까지 모든 것이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스포츠를 가장한 이 게임에 캐피톨 사람들은 열광한다. 마치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임을 망각한 듯 더욱 잔인하고 흥미롭기를 원하고, 보상이라도 되는 듯 우승자와 우승자의 출신 구역에는 많은 양의 식량이 상품으로 주어진다.
그리고 또다시 돌아온 절망의 날이 시작된다. 추첨을 위해 광장에 모인 12구역 사람들 가운데는 열여섯소녀 캣니스와 여동생 프림도 있다. 광산에서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삶의 의욕을 상실해 버린 엄마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캣니스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동생 프림만큼은 이 확률게임에서 결코 선택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도 그럴것이 첫 추첨대상이 되는 열두살에는 이름이 적힌 쪽지가 한장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이듬해인 열세살에는 두장이 들어가고 그런 식으로 매년 한장씩 늘어나 마지막 해인 열여덟살에는 총 일곱장의 쪽지가 들어간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것도 아주 불공평한 예외가 말이다. 이름이 적힌 쪽지 한장은 1년동안 먹고 살 수 있는 배급표 한장과 바꿀 수 있다. 또한 한사람이 가족을 위해 쪽지를 여러번 집어넣는 것도 가능하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열여섯이 된 캣니스의 이름이 적힌 쪽지는 스무 장이 들어가 있다.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 편이기를....이 공허한 가호마저 가난한 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프림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배급표와 바꾼 일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러니 착하고 여린 프림이 헝거게임에 끌려가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 안도했다. 그러나 믿어의심치 않았던 최악의 순간이 벌어졌다. 확률의 신은 캣니스의 편이 아니었다. 단 한장밖에 적혀있지 않은 동생 프림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캣니스는 이성을 잃고 무대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자원하겠다고 외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헝거게임에는 추첨과 상관없이 자원이 가능했다. 물론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헝거게임에 스스로 자원하기란 여간해선 불가능 한 일이었고, 지금껏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울며 매달리는 프림을 억지로 떼어놓고 살육게임에 뛰어든 캣니스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이 어린 소녀의 용기에 12구역 사람들은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캐피톨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조용한 침묵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확률의 신은 또다시 캣니스를 저버렸다. 마치 네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며 비웃는 듯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피타 멜라크!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캣니스에게 있어 피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였다. 오래 전 식량을 구하다 지쳐 굶어 죽기 직전이었던 캣니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따뜻한 빵을 던져주었던 소년. 자신에게 빵을 주기 위해 일부러 빵을 태웠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캣니스는 그 아이의 친절한 행동을 결코 잊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서도 그 빵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의미였다. 그랬는데...자신을 구해준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조차 못했는데 이제는 서로를 죽여야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캣니스에게 선택할 자유란 없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경쟁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가 피타라 할 지라도 자비는 허락되지 않는다. 자신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어린 동생과 엄마를 두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다짐한 캣니스는 동생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반드시 살아돌아올 거라 마음 먹는다. 그리고 마침내 목숨을 건 게임이 시작된다.
날카롭고 예리한 사회비판과 살육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풋풋한 로맨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까지 고루 갖춘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었다. 게임이 진행되는 모습은 실제로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듯 긴장감이 느껴졌고, 캐피톨 사람들이 벌이는 비인간적인 만행에 분노가 치솟았다. 그저 지배층의 오락을 위해 제물로 바쳐진 조공인. 그리고 그 대상이 십대 소년소녀라는 설정은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탄탄한 구성과 잘짜여진 스토리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그들이 맞서야 할 어른들의 세계가 처참히 무너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줄 한줄 읽어나갔다.
이 무자비한 게임이 끝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2권과 3권에서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인간이하의 행태가 벌어질 것임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것이 아쉽다 못해 화가 날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각 구역에서 아이들을 데려가 죽고 죽이게 하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 비해 얼마나 무력한지, 다시 한번 반란을 일으켰을 때 우리가 살아남을 확률이 그 얼마나 희박한지
일깨워주는 캐피톨의 방식이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간에 진짜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똑똑히 봐둬. 우리가 너희 아이들을 데려다 희생시켜도, 너희들이 한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너희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박살내버릴 거야. 13번 구역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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