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의 엘불리 - 미슐랭★★★,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의 레스토랑
리사 아벤드 지음, 서지희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보는 백조의 우아한 모습과 달리 백조들은 수면 아래서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인다. 이곳 엘불리의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의 모습을 보며 백조의 발을 떠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아름다운 요리를 느긋하게 즐기는 손님과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땀흘리며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 이 조화가 이루어낸 결과물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주방을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 비교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그리고 실제로 tv등을 통해 보아온 주방의 모습처럼 실제로도 우리가 모르는 주방이란 곳이 살벌한 기운이 감도는 전쟁터와 같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주방, 그것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인 엘불리의 주방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오로지 천재 셰프 페란 아드리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6개월이란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지불한 35명의 요리사들은 꿈에 대한 열정과 배움의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들이 모인 엘불리 주방의 열기가 활자를 통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놀라운 것은 35명 안에 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에 온 이들이 초보 지망생들이 아니라 이미 알아주는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요리사라는 사실이었다. 이렇듯 실력있는 요리사들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게 만든 엘불리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번도 얻기 어려운 세계 최고 레스토랑 타이틀을 무려 다섯번이나 거머쥔 엘불리는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의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많은 요리사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단지 엘불리의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엘불리의 수장 페란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 자체 만으로 이곳 엘불리가 그들에게 꿈의 레스토랑인 이유다. 엘불리는 결코 평범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언제나 새로움을 중시하는 페란의 요리철학답게 창조적인 음식이 넘쳐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엘불리에 가장 맞게 고안된 주방의 질서와 관리체계가 탄탄하게 잡혀있다. 폐란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마저도 그를 마술사 혹은 마법사로 부를 정도로 그의 요리는 늘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런 페란의 곁에서 그의 요리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요리사들이 페란이 벌이는 180일간의 마법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 엘불리로 모여드는 것이리라. 마침내 수많은 지원자들 가운데 뽑힌 35인의 선택받은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하루 한끼의 식사와 좁은 숙소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평은 커녕 엘불리에서의 생활을 기꺼이 즐기던 이들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회의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도 그럴것이 엘불리에서의 경험이 요리사로서의 경력에 도움이 될 지는 모르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이들이 바라 마지않는 곳이지만 페란의 요리철학과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음을 깨달은 이들은 어렵게 얻은 기회를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6개월간의 실습과정을 끝마치기 전에 엘불리를 떠나기도 한다. 

 

이렇듯 생생한 엘불리 주방과 요리를 향한 열정으로 뭉친 실습생들의 모습을 보며 내 안의 꿈틀대는 열정을 느꼈다.

단 한번의 식사를 위해 1년이란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런 고객을 위해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며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는 엘불리. 창조와 변화를 모토로 끊임없이 노력해가는 이들의 주방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내게도 언젠가 한번쯤은 엘불리의 식탁에 앉아 페란의 음식을 맛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음식은 상상하는 대로 된다. 엘불리에서 그 무언가란 바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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