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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평점 :
책 한권으로 파리의 골목을 여행할 수 있다?! 이 책 파리상점은 바로 그런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 사실 파리 여행이라고 하면 에펠탑과 개선문, 노트르담 성당 혹은 베르사유 궁전이나 루브르 박물관과 같이 많이 알려진 곳들을 찾게 마련이다.
이렇다보니 파리의 풍경을 담은 여행 서적들 역시 명소나 음식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파리를 방문한 이들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 차이점이 이 책을 흔하디 흔한 여행서적들 사이에서 돋보이게 했다. 한마디로 희소가치가 있는 여행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상점이란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파리 곳곳에 자리한 오래된 상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지닌 곳이라 진정한 파리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친절한 설명과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는 사진이 함께 실려 책을 읽을 수록 더욱 가보고 싶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1854년에 만들어진 세계적인 홍차브랜드 마리아쥬프레르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15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브랜드는 파리에 총 세 개의 지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저자가 찾은 매장은 가장 먼저 세워진 마레 지점과 꾸와레 지점이었다. 사무국장 무슈코엔과의 만남을 위해 찾은 꾸와레 지점에서 저자가 선택한 차는 로즈 디말라야라고 하는 장미향의 차였다. 이 차가 재배되는 근처 어느 곳에도 장미나무가 없는데 이런 장미향이 나는 차가 생산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 저자가 몇차례 직접 재배지를 찾아 확인해보았지만 결국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히말라야의 장미라는 뜻을 지닌 호즈 디말라야라는 이름이 붙었다니 직접 마셔볼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장미향이 가득 퍼지는 차의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밖에도 파리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오제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초콜릿가게 라봉보니에르를 비롯해 파리의 미식가들이 즐겨찾는다는 식료품가게까지 하나같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상점들이 파리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또 하나, 프랑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치즈일 것이다. 그런 프랑스 치즈의 살아있는 전설로 일컬어진다는 앙드루에는 다양한 치즈의 종류만으로도 나를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치즈라고 하면 노란치즈와 피자치즈 밖에 모르는 무지한 내게 무려 200가지가 넘는 치즈들을 매일 구비해놓는다는 앙두르에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골목 초입에 자리한 이 가게는 100년 이상 파리지앙에게 치즈를 공급해왔다고 하는데 앙두르에가 입점한 건물을 파리시에서 유물로 지정했다니 그 역사를 짐작케 했다. 오래 숙성할 수록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치즈처럼 앙두르에 역시 오랜 시간동안 지켜온 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보였다.
파리의 오래된 상점들을 둘러 볼 수록 우리나라는 이런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가게가 많이 사라지고 없는 듯 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가게가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그곳을 찾는 이들을 변함없이 맞아준다니..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싶어 부러운 한편, 우리나라의 전통있는 상점들도 궁금해졌다.
이 책을 통해 전통을 중시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언젠가 파리를 찾는다면 알려진 곳들도 좋지만 골목에 위치한 파리의 상점들도 지나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숨어있는 보물창고 같은 파리의 상점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오랜시간 지켜온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