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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이것 -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60편의 짧은 이야기
존 그레고리 외 엮음, 홍승원 옮김 / 동네스케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책은 큰 의미가 있었다. 책 속에는 60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각기 다른 이들이 가슴에 품은 진솔한 추억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자 '이 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전하는 행복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권의 책과의 만남이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CBS의 라디오프로그램인 <내가 믿는 이것>은 60년 넘게 이어져오며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지혜를 선사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의미있었던 일들을 사연의 당사자가 직접 라디오에 출연해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오랜시간동안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그 사연들을 엮은 에세이집인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밝다. 그 밝은 기운이 전해지는 듯해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잠자리에 들기전 침대에 앉아서 이 책을 읽다가 불현듯 내 인생의 에세이를 4페이지로 담아낸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궁금해졌다. 떠올릴 수 있는 따뜻한 기억과 뜻깊은 추억이 있는 삶이라면 충분히 행복한 인생일 것이다.
-우체국을 알려 주시겠어요?
길을 건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당황하거나 심지어 불쾌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 이를 야박하다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펠리페 모랄레스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어느날 길을 걷다 한 시각장애인이 그에게 말을 걸자 쳐다보지도 않고 시각 장애인의 손 위에 동전 몇개를 올려줬는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돈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 전 단지 우체국에 가고 싶은 것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이 어린시절 받았던 차별은 까맣게 잊은 채 어느새 똑같은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겸손이란 신념을 되찾은 그는 언제나 눈과 마음을 열고 살아야한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펠리페가 겪었던 일처럼 나 역시 편견으로 사람을 대했던 적은 없었나 돌아보며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포함된다.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파티를 열어달라고 조르자 그녀의 엄마는 반 아이들을 모두 초대해야만 파티를 허락하겠노라 말한다. 그녀는 50명가량 되는 친구들에게 모두 초대장을 전한 뒤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머린에게도 마지막으로 초대장을 건넨다. 그 순간 쑥스럽게 미소짓던 표정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는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엄마가 왜 모든 아이들을 초대하라고 하셨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후 딸 소피를 키우며 모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문과도 같은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이 신념은 검사라는 직업에 깊은 영향을 끼친 듯 하다.
P.207
검사가 언제나 상기해야 할 것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다.
포드를 훔치든 캐딜락을 훔치든 같은벌을 받아야 한다.매춘부를 강간하는 것과교외에 사는 주부를강간하는 것은 같은 관심을받아야한다. 마약 중개인을 살해하는 것 역시 촉망받는 유명인을 살해하는 것과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파티에 초대되어 행복해 했던 머린의 생생한 기억은 내가 신념을 실천하기 어려울 때도 나를 옳은 길로 인도해준다.
이것은 내가 믿는 것이며 오늘날까지 나를 이끌어준 것이다 : 모두가 포함된다
책 속에 담긴 짤막한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교훈을 전하며 가슴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이들이 겪었던 일들은 어쩌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들은 평생의 신념을 발견했고,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 삶에 있어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는지 그 의미를 분명하게 꺠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 역시 그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안의 신념을 깨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