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권력의 역사 - 인간 문명 그리고 시간의 문화사
외르크 뤼프케 지음, 김용현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까지 지나온 수많은 사건을 거쳐 비로소 시작점에 도달하게 된다. 시간과 달력이 지닌 의미 역시 그러했다. 우리가 숨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시간과 달력. 일상의 한 부분인 시간과 달력이란 존재는 마치 공기처럼 익숙하고 편안해 별다른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을 보자 문득 하루에도 몇번씩 시간을 확인하고, 매일매일을 달력 속에 갇힌 마냥 살아가고 있는데도 그것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또 왜 이런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게 느껴졌다. 

 

달력에 관한 뒷 이야기를 통해 그간 미쳐 알지 못했던 달력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자 그저 숫자에 불과해보였던 달력이 어떤 의미에서는 힘의 표현이자 권력의 수단이란 사실에 새삼놀라웠다. 과거에는 권력을 쥔 자가 바뀌면 달력도 바뀌었다. 달력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거쳐야했던 변화의 과정 속에는 힘 있는 자들의 권력이 자리했던 것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듯 앞다투어 축제일을 바꾸고 공휴일을 공표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달력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공평한 달력은 아니었다. 지금껏 자연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달력에 맞춰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달력안에 생각보다 훨씬 복잡미묘한 권력욕이 개입되어있었던 것이다.

달력의 변화에 있어 정치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지만 종교나 사회적인 부분 역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역사를 통털어 달력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더없이 좋은 수단이었던 동시에 사회적 도구이기도 했다. 과거의 통치자들은 달력으로 권력을 통제하고자 했고, 자신의 통치권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시간과 달력을 앞세웠다.

마치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듯, 시대의 권력자들은 달력을 절대권력의 상징처럼 여겼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만만히 볼 책이 아니다. 호기심으로 집어들기엔 다소 어려운 내용이라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 할 각오를 한 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대충 흘려 읽다가는 이해는 커녕 페이지조차 제대로 넘기기 힘들테니 말이다. 나 역시 소설을 읽을 때처럼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며칠에 걸쳐서야 겨우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사실 나름 온 신경을 집중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서평을 쓰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정도로 어려운 책이었다.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님은 분명하나 여유를 갖고 찬찬히 읽어보면 여러면에서 몰랐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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