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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리젬 명작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야센 기젤레프 그림,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익숙한 이야기가 독특한 삽화를 만나 새롭게 탄생했다.
전세계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동화 이상한 나라는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판본으로 새롭게 출간되며 어린이를 비롯해 어른들까지 사로잡은 이 이상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이 책은 그동안의 앨리스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지금껏 만나왔던 앨리스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그림이였다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다소 기묘한 느낌이다.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 보다 마치 어른을 위한 앨리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묘한 그림들이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앨리스만의 환상적인 내용과 제법 잘 어울린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들고 헐레벌떡 달려가는 말하는 토끼를 따라 무작정 굴 속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이 신비한 모험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그대로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새로운 그림 때문이었다.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르와 같은 환상동학을 좋아하는 나는 그동안 다양한 버젼의 앨리스를 만나왔다. 백과사전을 방불케하는 두께를 자랑하는 주석달린 앨리스부터 파스텔풍의 삽화가 실린 작은 앨리스까지 여러 앨리스를 만났었지만 이번 앨리스는 참 독특했다. 책에서 그림이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구나 싶을 만큼 신선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나를 반겨주는 그림들은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하지도,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로 시선을 끌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새로웠다. 동화라고 하면 흔히 디즈니 풍의 컬러풀하고 예쁘장한 그림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 책에 실린 앨리스는 투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다소 어둡고 딱딱해보였다. 그러나 그 투박함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갈색톤의 일정한 색상 안에 그려진 배경과 인물들이 처음에는 동화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섬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삽화들은 자세히 볼수록 깊이가 느껴졌다. 앨리스 앞에 펼쳐질 신비한 세계가 더이상 신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이야기여서 이야기자체보다는 그림에 몰입해가며 책을 읽어갔는데 그야말로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경험하는 환상적인 일들을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어른스러운 삽화들은 여러 상을 수상하며 그 독특함을 인정받았다.
보통 아이들이 읽는 동화는 알록달록해야 다양한 색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렇기에 너무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평범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맛보게 해 준 앨리스처럼 앞으로도 신선한 그림으로 태어날 동화들을 다양하게 만나봤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