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영원한 베스트셀러 성경.

종교를 떠나서 인생의 진리와 삶에 대한 깨우침을 얻기 위해 한번쯤 읽어봐야 할,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야기...스스로 모태신앙임을 밝히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믿음이 부족한 나는 종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새해가 될때면 해마다 성서공부를 계획에 넣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내 손에 들어온 책..내가 원했다기 보다 책이 나를 원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쩌면 이 또한 하늘의 뜻일지 모른다. 하느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내게 기회를 주고 싶으셨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이 책이 내 몫인 것 처럼 느껴졌다.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하느님의 말씀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보고자 마음을 열었다.

 

이 책은 딱딱하게 설교를 늘어놓는 책이 아니었다. 만약 이 책에 종교를 강요한다거나 믿지 않는 이를 꾸짖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면 내 삐딱한 성격이 발동해 가차없이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애초에 염려했던 믿음에의 강요는 그다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잔잔히 이야기를 들려 줄 뿐이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성경말씀을 쉬운 비유와 편안한 문체로 전하며 그 속에 저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녹여내고 있었다.

 

성경구절에서 인용한 제목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저 일상에서 간식거리로 생각하는 빵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모든 것을 함축한 단어가 바로 '빵'인 것이다. 이렇듯 단어 하나하나에 성경의 의미를 담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는데 한편의 문학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총 21장으로 구성 된 말씀 중 17장의 '그래도'라는 한마디 말이 가장 가슴 깊이 와닿았다. 우리가 흔히 무언가를 갈망하거나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 팍팍한 현실 앞에서 이 말을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바라는 대로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 우리는 원망할 존재를 찾게 된다. '신'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담담히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에는 생각할 시간을 주려는 듯 시 한편을 읊조린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정성스런 시 한편을 만날 수 있었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책에 담긴 성경 구절들과 저자의 마음이 담긴 시를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멀리했던 믿음과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P. 253

'비록......일지라도'는 고백하자면, 사실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무능할지라도, 내가 나를 어떻게 미워하랴. 나의 존귀함을 지켜야지. 내 마지막 프라이드를 지켜야지. 하나밖에 없는 내 생명인데, 이걸 헛되게 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사는 겁니다. 이제까지 내가 타락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할 때도, 며칠을 굶어서 하늘이 노랗게 보여도 절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살하지 않았던 바로 우리말이. 문학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분해서라도 이것을 글로 남기리라. 이 원통함을 글로 남기리라." 내가 절망 속에서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저항의 문학을 쓰던 때가 그때였습니다. 그때 이미 하나님이 곁에 계셨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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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냥이 2012-02-23 06:44   좋아요 0 | URL
천주교인이 맞답니다^-^
성경이라고 표현한 것은 표지에 나와있는 저자분의 집필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그대로 쓴 것이나 하나님이란 표현은 제 기준에서는 바꿀 필요가 있을 듯 해서
하느님이라고 고쳐쓴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