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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자 - 마리캣 그림에세이
마리캣 글.그림 / 미디어샘 / 2011년 12월
평점 :

'아까워서 이걸 어떻게 읽지?'
바보같을지 모르지만 고양이 여행자를 받아든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아깝긴 뭐가 아까워!
~라고 말하는 사람도 막상 자신의 손에 들린 빨간 책을 바라보면 이런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보는 것도 아깝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싶은 책이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지만.. 책을 쫙~ 펼칠 엄두도 못내고, 행여 지문이라도 묻을까 엄지와 검지 끝을 이용해
조심조심 보고 있자니.............우리 냥이가.......고맙게도... 그냥 편하게 읽으라며 침을 발라 주셨다 ㅠ0ㅠ ㅋㅋ)

'이봐~집사! 독서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구!'
고양이와 함께 살고 부터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는 게 바로 '고양이 책'이다.
고양이 사진집은 물론이고 고양이를 소재로한 소설은 말할 것도 없다.
하다못해 고양이와 별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일단 고.양. 이. 란 석자가 등장하면 일단 읽어야 직성이 풀리니
이만하면 출구없는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런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마리캣의 그림이 가득 담긴 고양이 여행자를 만났으니
그 흥분과 감격은 더 말해봐야 입만, 아니 손가락만 아플 뿐이니 사진으로 대신하련다.
Thank you~!
책 표지나 그림에 치중한 책을 두고
내용이 아닌 겉모습만 신경 쓴 책에 알맹이가 있겠어?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림에세이의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이야기를 놓지 않았다.
사실 마리캣의 그림이야 캐릭터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야기가 곁들여진 책이라면 어떨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무색케 하듯 책장을 한 장씩 넘길때마다
오로지 마리캣만이 담아낼 수 있는 그림과 글에 금세 빠져들었다.
마리캣의 그림이 화려하고 신비롭다면 마리캣이 들려준 이야기는 따뜻하고 담백했다.
그래선지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에 어우러진 담백한 글들이 더없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아마도 저자 본인이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일상에서 경험한 일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으리라

한장한장 정성이 듬뿍 담긴 그림 속 고양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마리 한마리가 저마다 각자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마리캣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은 고양이들은 바구니 속에서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주인몰래 초밥쟁탈전을 벌인다.
때로는 집사가 되어 맛있는 파이도 구워주고, 동화 속 공주로 다시 태어났다가, 날개를 달고 여행을 떠나기도한다.
얼룩무늬 고양이와의 만남으로 작가는 마리캣이란 이름을 얻었고, 수많은 고양이들이 그로인해 탄생했으니
이처럼 멋진 일이 어디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의 눈을 무섭다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고양이들의 눈동자가 좋아,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집 냥이와 본의 아닌 눈싸움을 벌이곤 한다 .
그 동그란 눈망울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노란 호박보석이 콕 박혀 있는 듯한데
이 책에 담긴 그림에는 그런 고양이의 눈동자가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렇듯 화려한 색감과 생동감 넘치는 표현,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이 바로 마리캣이다
고양이들의 다양한 표정과 눈빛을 비롯해 윤기나는 털까지..
이처럼 섬세한 묘사가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 생동감을 느껴지게 하는데
이는 내가 마리캣고양이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이 여행자에는 작가와 고양이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마리옹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
기르던 고양이와의 이별을 비롯해 길고양이와의 인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스코티쉬폴드와 노르웨이 숲, 러시안 블루, 아비시니안 등
작가가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다양한 고양이들은
'고양이 화보'를 방불케 한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고양이와의 동거생활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우아하게 앉아있다가 한순간 돌변해 사고를 치고,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앉아 모른척 딴청을 피우는 모습들이
얄밉기는커녕 못견디게 귀여우니...도저히 혼을 낼 수가 없다.
비록 고집불통 사고뭉치 고양이일지라도 그런 모습들까지 웃음이 터져나와 미워할 수 없는 게 바로 고양이란 존재다.
이 사랑스런 고양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엿보고 있자니
마치 우리 냥이를 보는 것 같아 빙그레 미소가 떠오른다.
많은 작가들이 이 작고 새침한 동물이 뿜어내는 묘한 매력에 홀려
고양이를 소재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또 그림을 그린다.
때문에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책들이 저마다 각자의 특색을 뽐내는데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마리캣의 그림은 늘 감탄을 자아낸다
작가가 고양이를 키우며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미소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를 선물할 것이다.
추운 겨울 도란도란 나누는 고양이들이 대화를 귀를 기울이듯 고양이 여행자에 빠져드는 시간...
정말이지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P. 57
고양이의 다정함은 감동적이다.
곁을 주지 않던 새초롬한 녀석이 조심스레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말랑말랑한 발로 톡톡 건드리며 장난을 걸어올 때의 느낌은 특별하다.
요란한 애정 표현은 아니지만, 그 조용한 대화 신청은 매우 다정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