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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타임머신
김용철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재밌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웃고 공감하고 슬퍼하다가 결국 그래도 우리들에게는 우정과 사랑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유쾌한 소설이었다.
10년 후 나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10년 후 내가 조언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 쯤은 인생을 리셋(reset)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게임 주인공처럼 저장시점(save point)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어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그 때 1안을 선택하지 않고 2안을 선택했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있을까? 지금 이 1안을 선택한다면 10년 후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정말이지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미래를 통해 현재 최적의 선택을 한다면 더 나은 삶을 살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태백이 태반인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자 고시생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여기 있다. 상태, 동미, 은철, 성훈, 혁제. 이 5명은 각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끝을 알 수 없는 고등고시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전설속에서만 존재할 법한 들어오면 누구나 합격해서 나간다는 '합격의 성지인' 고시원(하숙집)에서 5명은 타임머신을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계략과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노년으로 접어든 고시생 상태, 나이 많은 여친의 원조를 받고 있는 은철, 공부는 안하고 피시방에서 살고 있는 혁제, 잘나가는 집안에서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성훈, 싸움닭에 자신의 목표인 검사를 때려잡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동미.
각 인물이 처한 상황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우습지만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우리 개개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타임머신이라는 존재가 배달된 후부터 반신반의하던 고시생들은 타임머신을 빼앗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결국 일련의 타임머신 소동을 통해 얻은 것은 질투와 미련과 아픔이 아닌,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우정과 사랑이었다.
결국 미래를 바꾸는 것은 현재였다. 보이지 않는 미래만을 바라보며 현재를 충내는 것이 바로 미래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실패가 당연해져버린 고시생의 삶에서 작가는 '이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선택할 때'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을 아니었을까.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야만 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 아닐까 싶다. 미래를 보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타임머신은 가질 수 없다. 내 생각에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 하나하나가 아니겠는가.
회사의 근무 환경은 분명히 10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20년 전에 비하면 말도 못할 정도로 좋아진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가족간의, 친구간의, 사람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했다면 현재에는 모두가 개인화 되어서인지 요즘 발간되는 책조차 혼자서 모든걸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만 나오고 있다. ~해라, ~하는법 등등으로 읽는 사람 각자 놓여있는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솔루션만 늘어놓고 있는 책이 많다. 메말라버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이 소설 '느닷없이 타임머신'은 이 각박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자신의 인생 모든것을 '고시'라는 밑도 끝도 없는 시험에 캐스팅한 젊은이들의 치열하고도 처절한 삶을 긍정적이고 웃음 가득한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한 고시생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느닷없이 타임머신. 그리고 작가의 신세대적인 이야기 전개와 곳곳에 숨어있는 영화, 만화, 게임속에서 등장하던 깨알같은 패러디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김용철 작가의 다음 작품이 정말이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