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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그것은 밑도 끝도 없는 좌절과 불안만 남은 거지같은 삶이었다. 남성을 사랑하는 동성연애자. 화장하는 더러운 호모새끼라고 불리우고 주말에는 환각제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주인공의 일상의 삶이 바로 소설의 제목과 같은 "정크"였다.
우리들의 눈에는 그들은 평상시 그들의 검고 어두운 삶을 벗어버리고 싶기라도 한듯 클럽에서 하루살이처럼, 내일은 오지 않을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삶을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곧이어 그들에게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가는 간절함과 절박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환각제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는 한계를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소설에서는 언젠가는 그 환각상태에는 끝이 있음을, 그리고 그 끝에는 비참한 현실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비록, 게이로 살아가며 화장품가게 아르바이트 생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지만 그들에게도 꿈이 있음을 보았다. 단 하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래도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음을,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게하는 원동력은 더 나은 미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이 쉬울리가 있겠는가. 주인공이 더 이상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채, 죽음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는 그 모습과 자살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의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느끼게 해 주었다.
주인공의 삶은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참하고 초라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추구하는 삶이 있고, 그 삶을 위해 보통의 사람보다도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진정 저자가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소통의 부재' 아니었을까? 만약 주인공이나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대화를 단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들은 그토록 아쉬움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살았을까. 주인공의 이름 한 번이라도 살갑게 불러줬다면 그런 아픔과 고독을 짊어지고 살아갔을까. 어쩌면 관계 회복의 핵심은 대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크'는 결론적으로 애정표현에 서툰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게이만 아닐 뿐이지 어찌보면 나도 '정크'였고 당신도 '정크'였을 것이다. 누구나 꿈과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크'들에게 힘내라는 말도 전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