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동화
남희영 지음 / 바움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은 순정동화이다. 제목만 보면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이 가진 순수함, 아름다움, 그리고 밝은 미래를 설명해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책의 제목 아래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타락의 세상 속 순정에 관한 동화같은 고백'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가슴속에 남겨져있던 진실을 묻어두고 거짓을 말해야 하는 우리들의 삶, 진심을 감춰두고 포커페이스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겉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던 현실의 이야기를 책에서는 8가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이쁘다'에서는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아내에 대해 이야기 하는 내용이다. 평생을 아내에게 무뚝뚝하고 진심없는 사랑을 해 온 남자가 죽음을 앞둔 그 순간, 마음에 두고 있던 잊혀진 사랑보다 더 갚진 사랑은 바로 자기 옆에 살아온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라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바로 뒤의 이야기 '현상금 300만원'은 이런 훈훈하고도 아름다웠던 한 남자의 독백을 코믹한 아내의 이야기로 무참히 박살내 버린다. 이 책이 순정동화라기 보다 동심파괴스러운 것은 바로 이런 앞과 뒤가 서로다른 구성,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르단 것을 책에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김진욱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노년과 소년 게이의 이야기이다. 둘이서 사랑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소년은 자신이 기독교신자이면서 게이라는 이유로 하나님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물을 쏟아내며 이야기한다.

 

곰순이를 찾아서는 이 책에서 가장 웃긴 이야기이다. 곰순이라는 개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곰순이가 집을 나가게 내버려둔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딸. 하지만 그 딸이 아버지에게 퍼붓는 욕설조차 문학적 소질이라며 감상에 빠진 아버지. 그리고 곰순이가 사라지게 된 진실을 알게 될 때 많은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지훈이가 부른다는 아들딸린 이혼녀와 결혼한 한 남자가 정성을 다해 키운 양아들과의 화해와 이해 그리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정말 훈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느낌을 준 이야기는 이 책의 주 목적이자 주제인 '도하에게'이다. 마지막 장의 '도하에게'가 이 책을 쓴 저자의 진정한 목적, 떠나보낸 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첫 째 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과거 저자와의 화해와 용서이겠으나 전체적으로보면 책 내용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다시 말해 소설이 갑자기 에세이로 변해버렸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적지않게 당황스러웠다. 장르가 갑자기 변한 책. 차라리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면 캐주얼하게 받아들였지 않았을까 싶다. '도하에게'라는 내용이 저자의 이야기이고 과거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진짜삶'이다보니 솔직히 더욱 읽기 어렵고 난해했다. 이처럼 현실의 어려움을 책으로 읽을 땐 이처럼 마음이 무겁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경험은 처음이었다. 도하에게를 좀 더 충실하게 하고 나비 내용을 좀 더 보충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어렵고 힘든 과거를 털어내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너 나은 미래를 살고자 하는 저자의 희망의 메시지였을까...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이야기가 말하듯 삶에는 여러 고통이 있지만 만남과 이별 그리고 용서와 고백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 사건에 대한 각자의 인물이 갖는 생각의 차이는 어떤 것인지 그 우울한 현실에 희망은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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