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프린세스 바리

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지금의 나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현실에 충실히 살자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삶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을 것이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아픔보다 더 한 아픔을 혼자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약, 티비에서 자주 보아온, 비록 버려졌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아가 감동적인 재회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 그야말로 나락의 삶으로 떨어져 위로 올라오려는 그 의지마저도 세상이 꺾어버린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 슬픔은 얼마나 참혹한 것일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세상의 흐름속에서 버려져야만 했던 사람의 삶을 이보다 더 정교하고 아슬아슬하게 표현한 소설이 있었을까.

바리라는 아이는 비가 오면 집 앞까지 토사가 밀려오는 판잣집에서 청하라는 남자와 나나진이라는 중국여자와 살고 있다. 이 마을은 과거에 번성했던 한 기차역 주변 갯마을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는 화물열차만 간간이 오가는 폐허마을이 되어 버렸다. 비참한 배경 속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여자, 굴뚝 내부 수리공, 약초를 팔아 겨우 먹고사는 노인, 양아버지로부터 끊임없는 성적집착을 받는 여자까지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프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랑을 베푸는 모습은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었다. 또한, 소설속의 인물이 가진 독특한 개성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추구해서는 안될 것은 어떤 것인지 마음속으로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람에게 버림받고 신뢰를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되돌려받는 비참한 운명을 가진 바리라는 어린 여성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냉혹함과 비인간적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지금 읽는 내용이 복선은 아니겠지라고 속으로 되내이며, 가슴을 조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려 사람의 독백을 거쳐가는 동안 각자의 등장인물이 갖는 생각의 디테일이 더욱 커져갔다. 그에 따라 읽는 내내 바리라는 아이가 더이상 비참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지금까지의 삶은 비참했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소설을 통해 평범한 인물들이 어떻게 바닥까지 떨어지는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슬픈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배려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의지를 바라보게 된다.

배경이 되었든 현재의 생활이 그렇든 우리들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의지만 있다면 내일은 희망으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