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내 본격적으로 책 읽기를 시작한 2년 동안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기욤 뮈소의 손가락 오글거리는 연애이야기, 버나드 베버의 실망스러운 반전에 비하면 60년만에 돌아온 우리네 이웃이고, 우리네 현실이고, 우리가 사는 삶의 이야기인 할매가 돌아왔다가 진정 재밌는 이야기였다. 

등장인물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입사시험에서 88패를 했단다. 그러면서 피시방에서 컵라면을 사먹는 서른 중반의 백수는 우리 주변에서 한 명쯤은 볼 수 있는 친구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리고 서로의 오해를 풀어가며 느끼게 되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운명은 '엄마를 부탁해' 이후로 처음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쫓는 아빠,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엄마,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실질적인 가장인 이혼녀 동생, 할머니에게 거침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프로레슬러 같은 파이터근서을 보여주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고향 어르신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모두 우리네 이야기처럼 각자 다른 결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보통 우리네 사람들이다. 특히 막장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백수에 친구에게 애인마저 뺏겨버리고 그 트라우마로 직장도 잡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고 절친이라는 명목하에 끊임없이 그녀를 만날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물론 그 어떤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하지 못한다. 그랬던 그가 할머니가 만들어주기로 한 1억원짜리 피시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그를 그토록 아프게 했던 것인지 깨닫게 된다. 종이접기를 통해 할머니와의 동질감을 느끼고 한 가족임을 깨달으면서 그녀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끝순이 할머니의 그 기고한 운명은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여러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만나게 되지만 첫사랑의 순간과 고국에 두고 온 자식들만은 잊지 못하는 아픔까지도 느끼게 된다.

60억을 둘러싼 가족들의 조용한 할머니 유산 쟁탈전.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60억이라는 돈이 아니라 유산을 받고자 했던 그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눈물 콧물 다 흘리는 찌질한 주인공. 그것이 진짜 가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거짓말 잘하고 욕잘하고 연애 잘하는 60억. 아니, 600억을 가진 할머니가 가져온 가족의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첫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각 인물의 이야기 전개가 중간중간 섞여있는 구조를 가진 것이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정말 잘 쓴 소설이고 소설을 읽으며 Healing 된다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깨닫게 만들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조만간에 미니시리즈 같은 드라마로 나올 것 같이 재밌는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 우리 가족의 변화와 행복을 위한 할매는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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