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레몽 뚜 장의 상상발전소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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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하루도 상상하지 않고 살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사랑고백을 앞 둔 청춘들은 고백하는 순간, 하나가 되는 순간, 거절당하는 순간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아주 작은 상황까지도 상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아주 일상적인 상상 외에도 실제 내가 경험했던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약간씩 지워지는 기억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그것이 실제 존재했던 과거인지 꿈에서 본 환각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그게 잠을 자면서 꿈을 꾼 것인지 그저 남는 시간에 혼자만의 망상이었는지도 시간이 오래 지나가면 혼동되고 그 상상했던 것이 실제 일어났던 일이었던 것처럼 믿음이 생기게 된다.

이것은 마치 23년간 가족을 속이고 서울대 졸업생으로 생활해온 보험설계사와 해외 유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예술가도 처음에는 그저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거짓말 하나하나가 커져 실제라고 믿게 된 것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대체 우리의 어디부터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일까? 지금 살아있고 이 게시글을 읽고 있는 현실조차도 어느 순간 눈을 떴을때 아득한 추억과 같은 비현실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에서는 각각의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비현실을 찾아떠나는 3명의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만을 쫓는 각 3명의 이야기는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우리들의 이야기와도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비참할 정도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시소'와 같은 우리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야기에서는 꿈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꿈의 눈 앞에 펼쳐지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그것이 비현실적인 이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현실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나 자신은 결국 레몽뚜 장이라는 인물의 손을 잡으면서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단순히 피하기 위해 다시 꿈으로 다가가 버린다.

'조'라는 인물은 아내와 딸의 미참한 현실을 거부하기 위해 꿈에 집착하고 환각에 빠져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인물은 레몽뚜 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레몽 뚜 장이라는 인물은 그릇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꿈과 현실은 어디서 어디까지 구분지을 수 있을까? 난 읽는 내내 이게 현실의 이야기인지, 이게 꿈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상상의 공간에서도 그들은 결코 자신의 과거와 현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음산하고 지저분한 과거를 더 명확하게 밝혀주는 슬픈 현실만을 보여주었다.

비참한 등장인물들의 현실과 그 연장선상에 존재하고 있는 상상발전소. 과연 레몽뚜 장을 죽임으로써 주인공은 과연 반복되는 상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오늘의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나의 조그마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죽음의 게임이었을 수 있다. 작가는 현실을 버리고 허무맹랑한 꿈을 찾아간 사람들이 겪게되는 비참한 현실을 꿈이라는 가상공간에서 갖는 그들의 비참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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