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과의 산책
이지민 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들을 맞이하는 기이한 아침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쓸쓸한 저녁. 어떤 이야기에서는 나의 이야기처럼 꿈마저 퇴색되어 버린 마음아픈 현실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식물인간의 이야기에서는 어쩐지 실제하는 이야기 같아서 읽는 내내 바보같이 한참을 웃게 만드는 황당한 우연도 있었다. 내가 잠시 식물인간이 된다면 나의 주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것 같다는 즐거운 상상도 해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처음 사랑을 나눌때의 그 아름다움. 그 무절제함.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끊임없이 성숙하는 우리네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헤어짐과 죽음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를 젊은 작가들이 어쩜 이렇게 인생을 오래산 것처럼 세밀하게 묘사해냈는지 읽는 내내 신기했다.

우리들의 기억은 항상 어긋나고 비틀어지며 지나가버린 추억은 아름답게 변형퇴고 미화된다고 한다. 우리는 현실에 존재하는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에 오랜시간 마음아파한다. 그 미화된 추억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랑의 의미마저도 조그맣게 판단해버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학창시절 해봄직한 무제한적인, 어쩌면 무절제한 사랑이야기를 포함하여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을 찾기 위한 몸부림, 서로를 향한 이해, 이루지 못한 죽음,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채움으로써 얻게 되는 현실의 비참함까지 섬세하게 수놓여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남녀가 사귀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고 헤어지는데도 별다른 이유가 없다. 단지 그네들이 아니다고 싶으면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행동 하나하나가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었다. 그 기억들은 정말 아름답기는 한 것이었을까.

 

그 사람들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과연 그들도 아름답게 생각할까? 그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 책에서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현실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힘겨운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여러 이야기 중 준호와 영미의 이야기는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불륜이야기여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 중간에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복대를 차는 준호의 모습에서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나이들고 현실에 찌든 어쩌면 안타깝고 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겠어... 언제까지나 좋은 모습만을 보일 수는 없을거야. 서로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하여 탐닉하는 그 순간,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을 쫓아가는 그 순간에서 현실은 깨어지고 어긋나 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다가온 우연과 인연을 우리는 어쩌구니 없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닐까?

8명의 작가들로부터 우리는 순수한 사랑과 기이한 우연, 번뇌 후 찾아오는 후회와 같은 미련들은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매 순간순간 충실히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학생들은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며 다가오는 사랑과 이별에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책에서 나온 한 이야기의 내용에 담고 있는 꿈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하는게 후회가 적을지 오랜시간 고민해보는 것도 책을 읽은 즐거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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