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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색 -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부쩍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친구와의 술자리에서도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또는 왜 그럴까'라는 주제로 술안주를 삼고있는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정답이 없을거라는 것을 알기에 어떤 해답을 찾고자 이 책을 선택한것은 아니고 단지 같은 인간을 이렇게 환멸스럽게 만든 수많은 원인들 중 현대사회가 이에 미친영향 그리고 이렇게 될수밖에없는 인간세상의 역사에 대한 고찰따위정도를 알고싶어였고 과연 이런저런 원인들이 순수하기 그지없는 인간을 변모시킨건지 아니면 원래 인간은 더럽고 추악한 동물인데 단지 환경이란것이 본질을 드러내게 한것인지에 대해 현대사회비평가의 선구자중에 한사람이라고 할수있는 강준만교수의 의견을 알고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특히 한국인의 인간관계라는 큰 전제를 깔고 그 인간관계를 구성하고 형성해나가는 구성체중 큰부분을 차지하고있는 사랑 욕망 청춘 진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부적으로 이들이 현대 우리나라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실제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지에 대해 설명해 나가고 있다.
사실 인간은 반드시 어떻게 생각해야하고 어떻게 행동해야만한다는 원칙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나라의 관습 또는 수천만년동안 이어져온 역사를 통해 배운 윤리 또는 도리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예를들어 사람이 사람을 죽인것을 보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나쁜것이 아니라 법이전에 인간의 도리에 반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하는 것이다. 살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범죄가 그렇다.
그럼 법에 정해져 있는 범죄 외에도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수많은 구성체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예를들자면 사랑, 우정 등에 대해서도 누구나가 진실하고 진정한 순백같은 사랑 우정을 원하지 않는가? 계산기를 두드리고 상대방을 기만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인 사랑 우정을 바라는 사람은 없는게 당연한 사실이어야 되지 않는가? 즉 이러한 감정들을 일컬어 '인지상정'이라고 감히 말할수 있어야 되지 않느냐 하는 말이다.
현대 우리나라사회의 현실은 이러한 인지상정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잘 쓰이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정반대로 말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직업(아니 실제는 직업이 아니라 그 직업이 버는 돈이겠지만 )이 좋은 사람선택하는거 인지상정아니겠어? 라든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거라면 친구 또는 국민에대한 신뢰를 깨뜨려도 인간이 다 그렇게 이기적인거지 즉 인지상정아니겠어? 라든지말이다.
물론 편한건 좋다. 이걸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인지상정이라고 불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신뢰를 바탕으로 맺는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그 어떤 물질적인 불순한 편함을 추구하는 마음이 개입하지 않아야하지 않을까?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그것들이 없어지면 어떻할건가? 주변을 보면 그런것들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그런것들이 사라졌을경우 그들이 저지르는 짓거리(?)가 어떠한것이지 종종 관찰하게된다. 정말 역겹기 그지 없는...물론 상대방도 같은 종이면야 자초위난이겠지만..
여기에는 현대사회에서 빠뜨릴수 없는 대중매체의 힘도 한몫한것임을 무시하지 못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영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불륜만이 진정한 사랑이고 자아찾기라는 식의 스토리, 능력이고 노력이고 성실이고 다 필요없이 돈많은 부모 만난 재벌을 만나 팔자고치는 신데렐라를 조장하는 스토리, 내면보다는 외모에만 신경쓰면 모든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사치를 조장하는 스토리,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으면 배신따위는 별문제가 안된다는 식의 스토리, 정당한 권위는 무너뜨리고 돈 지위가 지배하는 신권위주의를 조장하는 스토리 등등......
이런 정크들이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는 두말하면 입아플정도로 엄청날것이고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이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피디들은 변명한다. 드라마는 현실조장이 아니라 현실반영일 뿐이라고.....결국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하는 유치한 순환론일뿐....
흔히들 인간의 생명처럼 이 세상에 영원한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곤한다. 영원한 사랑도 영원한 우정도...지극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제를 인간의 감정에만 두면 말이다. 하지만 이 감정이란것과 진실되고 참된 마음이랑은 구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불쑥 불쑥 예고없이 나타나고 또한 예고없이 사라지는 감정이란것은 그 속성상 유한것이 당연할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갖고싶던 전자제품을 사도 몇년만지나면 처음샀을때 느낀 그 벅찬 기쁨이 없어지는것처럼 말이다.
이에반해 진실되고 참된마음이라는 것은 그런 동물의 본능과 같은 냄비같은 감정과는 달리 참된 이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이성을 뭍사람들이 혼용해서 사용하는 계산적인것과는 결코 혼동해서는 안될것이다. 참된 이성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뢰'라고 하고싶다.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신뢰를 받을만한 자격을 갖추는것 이것이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상호작용할수 있다면 사람들이 절대 없고 있을수도 없다는 영원하고 참된 사랑 우정등도 이루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감정을 두고 사랑이네 우정이네라고 착각하고 여기에 기초해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니 유한할수 밖에...과연 결혼까지 했다고 해서 아님 이혼하지 않고 끝까지 살았다고 해서 이런 냄비같은 감정에 기초한 사랑을 극복했다고 더 나아가 이런 사랑도 영원할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는 나의 개인적인 소망 또는 절실히 바라는 유토피아적 꿈일 뿐이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맺어가고 유지하는 인간관계라는 것을 보면 어느새 앞에서 언급한 단어처럼 이룰수 없는 유토피아적 꿈일뿐이라는 생각이 절로 생긴다. 여기에서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아무리 이룰수 없는 유토피아적 상상일 뿐이라도 어딘가에는 예외가 있겠지라는 아직 산날보다 살날이 많은 나의 인생에 대한 배려때문이다.
이런 배려라도 없다면 정말 산에라도 들어가야할 지경이니 말이다.
이글 처음에도 언급했던것처럼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찾을것을 단 1프로라도 기대하지 않았고 역시 이 책도 그런의도로도 쓰여진책이 아니었다. 만약 여느책처럼 일도양단식으로 '내말처럼 생각하거나 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라는 의도로 쓰여진 책이었다면 사보지도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책말미에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 아니 유토피아적 꿈만이라도 가지고 있는 나 또는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기대치도 않은 해결책(?)이 있어 원문 그대로 인용해본다. 최소한 이 내용만 100프로 이해하고 생각할려고 그리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문자그대로 '최소한' 내 자신만큼은 지킬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물이 날려고 하는건 왜일까?
배신을 당한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게 하나있다. 자신이 당한 배신의 상처를 광고하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어리석다는 말만 들을 뿐 그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다. 아니 원초적으로 동정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이게 바로 배신성의 특수성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실에서건 픽션에서건 배신에 대한 응징이 주로 살인으로 나타나는건 배신의 상처가 남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크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배신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배신의 주된 이유가 자기 자신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이익'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유념하여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이익'의 몫을 키우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다. 그게 부질없다고 생각한다면 대범한 관용을 키우는 것이다. 배신의 상처에 괴로워하면서 남의 동정심을 구걸하거나 자신을 소홀히 하는 건 자신이 자신에 대해 또 한번의 배신을 저지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랑의 배신을 당한 사람은 술 한잔 마신 후 노래방에 가서 배호의 <배신자>를 힘껏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정말 석견이면서 통탄할만큼 슬픈 현실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