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전태일...아무리 노동운동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자신의 이기가 아닌 오로지 핍박받던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1970년 11월13일 22세라는 인생의 황금기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과 함께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붇고 불을 붙여 분신투쟁하며 성직자와 같이 죽어간 말그대로 불꽃같이 살다간 청년 전태일...

 

그동안 노동문제에 대해 얘기할때면 으레 입에서 나온곤했던 낯익은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전태일열사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는 도통아는 것이 없었음을 시인한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단지 근로조건개선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받친 즉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단지 그부분에만 관심을 가지고 초점을 맞추어 전태일열사를 가슴속이 두지 않않나하고 내 자신을 반성해보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전태일열사에게 그런 극단의 결정을 할수 밖에 없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도대체 어떤 인격의 소유자이기에 아무리 당시 상황이 최악이었다곤 하나 분신이라는 끔직한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할수 있었는가라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그로 인해 열사의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도 없는 놈이라는 내 자신에 대한 비난이 결국 이 책 '전태일 평전'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조금은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무지한 노동역사와 노동운동에 대한 지식의 허영심을 채운것은 차재로 하고라도 열사 또는 투사가 아닌 전태일 이라는 하나의 인간을 만나면서 가슴 벅차면서 많은 마음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생존해나가는 유년시절....너무나 배움에대한 열망이 커 하루에 14시간이나 지옥같은 공장에서 일을하면서도 최저생계비를 털어 구입한 책을 공부하며 밤을 지새웠던 그러면서 언젠가는 꼭 대학교를 가겠다는 현실불가능한(?)희망을 놓지 않은 청년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가장 놀란것은 바로 전태일의 필력이었다. 물론 예외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고정관념의 눈을 가진 나는 이 책을 읽기전에는(책서평에따르면 대부분의 글이 전태일열사의 일기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한다) 그래도 초등학교와 중학교1년 정도만 마친사람인데 필력이 그리 감동적이이기야 하겠어?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있었던걸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몇페이지도 읽지 않아 큰 오산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많지는 않지만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집필한 노동에 관련된 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않을 아니 그들과 비교해서도 한참이나 상위의 필력을 가졌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 정도로 전태일 열사의 필력은 나로 하여금 감동하게 하였고 눈물흘리게 하였다.

 

단지 이것이 그의 글쓰는 재주가 선천적으로 뛰어나서 그런것인가? 결단코 그건 아니다. 전태일의 일기에 수록된 글을 보면 '참된' 진심이 느껴진다. 단지 남들에게 잘보이고 유혹하기위해 화려한 수식어로 장식된 그 어떤 책보다도 훨씬 크고 참된 진심이 느껴진다. 그렇다. 진심이란것에 그어떤 장식이 필요하겠는가? 진심이란 말그대로 화려하게 장식된 가식이란 굴레를 벗어던져야지만이 탄생할수 있는 것이지 않은가?

 

희망의 가지를 꺽인채 존재의 대가로 물질화된 인간상을 나는 증오합니다....라고 정확하진 않지만 전태일의 일기속에 적혀있는 이 한마디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내 내 머리와 내 가슴속에 메아리친다.

존재하기위해 스스로 물질화되어가는 인간들...자기 자신에 대한 주체성을 부정하고 아니 부정해야만하는채 굴욕적으로 살아가는 인간들...

그리고 그런 선택을 용이하기위한 촉매제 역활을 하는 인간을 물질화하는 사회 혹은 시대...

 

과연 전태일이 바라본 이런 사회현실과 이에대한 분노가 비단 그시대 즉 암울한 군사독재시절이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인간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인간을 물질화하는 시대가 비단 그때 뿐이었는가?....나는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아마 현재가 10배 아니 100배는 더할거라고...

 

그 시대에는 그래도 인간을 물질화시키며 고립시킬려고 하는 주체는 분명했다. 그렇기에 전태일은 싸울수 있었다. 바로 자본가들과 그들을 비호할려고 하는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 이와 같이 싸울 상대가 분명했기 때문에 전태일은 진정하고 호소하고 설득하고 싸울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너무 거대하고 강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몸을 던질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태일은 '상대를 가지고'싸운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인간을 물질화 하는 세상이란것은 누구나 인정할것이다. 그 사실에 분노하고 바꾸고 싶은 마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지고 있을것이다. 인간이 반드시 가지수밖에 없는 주체성조차 없어져서 굳이 그런 마음조차 들지않는 사람들도 최소한 부정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럼 이제 Ъ싸울 상대 즉 인간을 물질화하는 아주 고약하다 못해 악마같은 상대....누구인가? 눈에 보이기만 하면 전태일열사와 같이 분신투쟁은 못하더라도 내 몸 아끼지 않고 물어뜯고 싸울준비가 되어있는데...그 상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세상이 많이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태일이 살았던 시대에 걱정했던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그에 따라 전태일이라는 한 인간은 그 당시의 암울하고 빈곤한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떠드는 인간들도 있다.

 

과연 전태일이 돈좀 더 받겠다고 그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끝내 자신의 생명까지 받쳤을까? 그깟 돈이란것이 전태일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게 만들었을까?

물론 돈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은 간혹 있기는 하다. 물론 아픈현실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때문이었다면 전태일이라는 한 인간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지도 회고되지도 았았을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태일은 위에서 언급했던 바로 인간을 물질화하는 시대를 증오하고 그 존재의 대가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가지고 살아가야할 주체성을 버리고 스스로를 물질화하는 인간상에대해 환멸을 느끼고 거기에 대항하여 투쟁한것이아닐까?

 

그럼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있는 시대는......?? 시대까지 거창하게 갈필요도 없이 당장 대한민국은?? 더 좁게는 우리 주변은??

 

답답하다. 차라리 아무리 강해도 너무 강해서 전태일열사처럼 자기의 목숨을 던질수 밖에 없는 상대일지라도...Ъ?상대가 있었으면 이렇게 답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떤 국가기관이나 어떤 기업나...이런것들은 요즘세상에는 적으로도 보이지 않는다..상대적으로 말이다...누구랑 비교해서?? 먼 사람부터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 친구 심지어 배우자까지 물질화시키고 있는 우리 하나하나랑 비교해서 말이다...

 

요즘사람들 권리의식 높아졌다고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떠든다..웃음밖에 안 나온다. 주체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자기애 자존심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주변 사람을 물질화하는것 자체에 모자라 축산된 소고기 돼지고기에  하듯이 자기자신과 사람들에게 등급과 값을 매기는 우리들 자신들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배고프고 억울하고 싸울 상대가 분명했던 그 시대가 그립다.

 

마지막으로 책커버에도 기재되어있는 전태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결정을 한 그당시의 심정을 표현한 자신의 일기 한 구절을 적으며 글을 마친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전태일의 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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