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에 대한 무지때문이겠지만 이 책을 발견하게된건 최근의 일이었다. 그것도 어떤 계기에 의한 문학소설에 대한 관심때문이 아니라 영화개봉소식지에서 이 보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이 책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1985년에 출간되어 저 세계적으로 천만부 이상 팔린 말 그대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존재를 지금에서야 인지한것만 보아도 나의 문학소설에 대한 의도하지않은 배타심을 옅볼수 있었다.

 

 물론 문학소설을 즐겨읽는 일반독자들이 문학소설을 읽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대상과 방법과는 약간은 다른방식으로 그것들을 해석하고 받아들인것은  읽기 전부터 예상했었고 읽고 난 후에도 그 예상을 깨뜨릴수 없었다.(언제쯤 문학을 문학자체로 받아들이고 가슴따듯해질수 있을까? 희망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인거같다)

 

우선 이 책 서문 아니 저자소개란에서 난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면 흥미롭게 생각할 시간을 보냈다고 해야겠다. 일단 대부분의 문학소설에서 처럼 작가 사진이 없었다. 단지 책표지 디자인측면에서 그런것인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난후 작가 소개란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단 작가가 사진찍히는걸 싫어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각종 문학시상식에서 많은 수상을 했음에도 단 한번도 그 자리에 모습을 나타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울증같은 정신적인 병이 있는것도 아니다. 친구들 아니 진짜친구들(그냥 친구들이라고 하기에는 사회통념적으로 친구라는 개념이 너무 평가절하되어있기 때문에 부득이 앞에 진짜라고 붙인다) 사이에서는 굉장히 다정하고 유머스러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럼 이유가 뭘까?? 도대체 이유가 뭐길래 의도적으로 세상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할까??답은 이미 정해져있고 물론 나도 그 답을 잘 알고 있다. '인간에 대한 환멸'

결국 자신이 신뢰할수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진실되고 진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극히 배타적인 설사 그들이 부와 명예라는 꿀을 준다고 해도 마다하는...그 꿀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위해 주는것이 아닌걸 알기에...

단지 책이 성공해서 자기네들에게 많은 부와 명예를 안게 해주었기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의 작가에 대한 나의 평가는 내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책의 저자 생각 또는 가치관일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다 읽고 난후 확신이 생기게 되었다.

 

이 책이 여타 문학소설 구성 방식과 또 다른 점은 바로 서문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서문이 없는 이유를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된다. 서문 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앞으로 진행될 책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고 나름대로의 복선을 제공하는것이 그 목적아닌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이 작가는 작가 소개란에서(물론 형식적으로는 자신이 작성한것은 아니지만) 그 서문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향기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인 쟝 바스티스 그루누이를 통해 작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인공인 그루누이는 위에 언급한것처럼 향기에 대해서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니 태어난것이라기 보다는 생존해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태아상태로 쓰레기통에 버려진상태에서 울음을 통해 살아남았기에....

 

처음에는 왜 하고많은 천재들중에서 왜 향기 즉 냄새에 대한 천재일까?하고 의아해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석견과 그 재능에 찬사를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왜 향기일까'가 아니라 '아! 향기일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누구나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냄새 즉 향기가 있다. 즉 50억인구가 생김새가 똑같이 않듯이 그 냄새도 마찬가지로 모두 다르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유없이 호감을 느끼고 또는 이유없이 혐오감이 느껴지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유없이 신뢰감을 가지게 되고 또는 그 반대로 불신을 가지는 것을 종종 관찰하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도 경험하는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유없이라고 표현했지만 굳이 그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사람들이 시각에 그 비중을 둔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람은 호감가는 생김새를 가져서 혹은 혐오스러운 생김새를 가져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때로는 객관적으로 혐오스럽게 생겼지만 이상하게 호감가는 사람이 있다. 물론 어떤 대화도 하지않고 그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는데도 말이다.

작가는 그 이유를 시각이 아닌 후각에 그 비중, 아니 그 이유 전부를 둔다. 전부 각각의 저 마다의 사람들이 가지는 고유한 향기때문이라고 저자는 그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다시말하면 호감가는 향기를 가진 사람은 그 어떤 추악한 외모를 가지더라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끌어낼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향기를 자유자재로 인위적으로 만들수 있다면? 위에서는 단순히 호감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강도를 심하게하여 호감정도가 아니라 자신에게 굴복하고 미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자기 몸에 뿌려 사람들로 하여금 맡게한다면? 아마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 어떤 전쟁 테러보다도 무섭게 하지만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세상을 정복하고 지배할수도 더 나아가 지상의 신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왜냐하면 전쟁을 통한 정복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만 이 향기를 통한 지배는 순전히 자의적이기에....

 

바로 이책의 주인공인 그루누이가 바로 이걸 깨닫고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그런 향기를 만드는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살아가는 아니 생존해나가는 향수제조자이다.

 

일단 그는 고독하고 세상과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지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여타 천재들과 비슷하다. 보통 천재들은 자신만의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그 어떤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학문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 몰두한다. 즉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을 원한다. 하지만 이점이 이 책에 등장하는 천재인 그루누이와의 차이다. 

 

이 세상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혐오하고 쓰레기 오물보다 더 못한 존재로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산다는 사실 그자체를 큰불행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는 그속에서 생존해나간다. 그들에게 그 어떤 미련이 있어서가 아니다. 사랑속에서 태어나야될 태아상태에서도 버려졌고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인간이라면 느껴야될 그 어떤 따뜻한 감정도 가져보지 못한 그루누이가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다만 자신이 생존했고 생존해나가는 이유, 즉 소명이라는 것이 바로 더럽고 혐오스럽지만 그안데 조재하기때문이다. 그 악취가 나는 사람들속에 간혹 아직 그 악취에 물들지 않은 향기가 있기에....(이부분에서 내 자신도 악취를 많이 풍기는 사람인줄은 알지만 왠지모르게 주제넘게 희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 향기를 찾고 그 향기를 만드는 기술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향기를 사용하는 동안 주인공은 철저히 고독하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제3가자 봤을때 쓸수 있는 단어일 뿐이고 정작 주인공 자신은 그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했다.(이부분에서 주인공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도 그럴것이 악취를 풍기는 대부분의 사람과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이 즉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그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이겠는가?

 

절대적 이기심! 이런 주인공을 두고 감히 쓸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소한 자신의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개념인 이기심이 아닌 순수하고 절대적인 이기심....너무나 순수하고 절대적이라서 악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갓태어난 애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큰 점수를 주고싶다. 작가의 훌륭하고 거침없는 문체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잠시라도 눈을 땔수가 없을 정도였다.

 

진정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친구 아니 진정한 친구가 아니기에 모른다. 하지만 책을 출판했다는 것은 그 해석은  최소한 이 책을 본 독자에게만큼은 자유를 허용한것이 아니겠는가? 난 이 책을 통해 이 작가를 나의 진정한 친구로 삼기로 결심했다. 아니 정확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이 작가의 생각과 그 세상속에서 살아가기위한 가치관(물론 내 멋대로 추측하는 생각과 가치관이기는 하지만)을 진정한 친구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빠른시일안에 이 친구의 다른 작품들을 모두 경험하고 그 자품들을 통해 그 친구와 좀더 깊은 교감을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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