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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플라이 애장판
김연주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마, 이 책에 대한 평을 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두 파로 나뉠듯하다. 한 쪽은 김연주님의 팬으로서 절판된 이 책을 간절히 구하고자 동동거리던 이들과 이미 절판된 구판을 사서 소중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이들의 과거회상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구판절판과 전혀 관계없이 구입한 분들도 당연히 있다.)
지나가다가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구판 fly가 알고보니 초! 희귀본이었다는 것과 이 책으로말미암아 인터넷 서점을 몽땅 뒤져 역시 초!초! 희귀본이었던 성 도체스터 살인사건을 소장하게 되고 그리고 이 작품들로 연주님을 마음속의 작가로 고이 모시게 된 이로 말하자면, 이 책은 딱 팬서비스다. 그래서 이 리뷰는 결국 구판소장자의 자랑질 겸 구판 및 초판 대조용 리뷰 되시겠다. ^^;
일단 작가님 블로그에서 밝히셨듯이 구판과 결말 부분이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추가 수정한 부분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엘리야(왕자님)의 어린시절(의 주변) 이야기가 담긴 단편이 [장미정원] 이고, 연필원고로 추가된 부분은 본편이 끝난 후 아르튀르(공주님)을 국경까지 바래다 주는 라이넬(기사님) 이야기다. 본편의 경우 마지막 부분 외에도 조금 손을 보신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아직 내공이 덜 되어(랄까 구판이 지금 수중에 없어서;) 정확히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치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결론은 마지막 부분 외에는 손을 많이 안 대신것 같다는 느낌.
이 책을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fly는 왕자님+공주님+기사님 이야기다.
여기에 만약, 왕자님 공주님 기사님 삼각구도였더라면 정말 흔하디 흔한 작품이 되었을 이 이야기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소중해서 둘 중 누구의 손도 놓을 수 없는 외로움쟁이 왕자님과 그 왕자님의 심정은 헤아리면서도 자신의 감정에는 둔한 기사님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이렇다 할 표현없이 지켜보며 기사님 못지 않게 둔감한 엉뚱한 공주님이라는 캐릭터 설정에서 일단 빛을 발한다. 출생의 비밀, 왕궁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그리고 모두 각자의 입장이 뚜렷한 상황에서 빈틈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사이사이로 잔잔한 독백들이 흐르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소녀의 로망을 결집시킨 설정에 그것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 순정만화로서 fly는 상당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fly를 처음 봤을때는 이 뻔한 소재를 이렇게 신선한 느낌으로 엮을 수 있는 스토리에 먼저 놀랐다. 그리고 특유의 잔잔한 나레이션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는 뭔가 2% 부족한 가능성에 기대감을 부풀리며 다시한번 두근거릴 수 있었다. 이 작가님은 분명히 좀 더 멋지고 굉장한 작품으로 다시 뵐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몇 년을 기다려 소녀왕을 봤고, 지금은 나비를 보고 있다.
잡지파가 아닌 단행본 파는 사실 작가님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작품활동을 해 주시길 바라마지않는 불충한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의 세일즈를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을 처음 보는 분들은 꼭 사세요. 그럴만한 작품입니다. 이 책을 또다시 보는 독자들 역시 사십쇼. 후회 안하십니다. 첫만남의 두근거림과 짜릿함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사셨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