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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 - 자기만의 방
Lucia(심규선) 노래,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작곡 / 파스텔뮤직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제목이 내가 하고 싶은 말 전부다. 사실 이건 이 음반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요들이 그렇다. 이해는 한다. 가장 흔하고 보편적이며 쉽게 사람을 흔들수 있는 소재는 아무래도 반성이나 자아성찰보다는 사랑이겠지. 맞는 말이지만 좋은 말도 한두번이라고 주구장창 사랑노래만 듣다보면 솔직히 다른 얘기도 듣고싶다. 나만 그런가?
듣는 걸 좋아해서 심지어 드라마도 틀어놓고 소리만 듣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인데 웃기는게 보는 걸 빼고 듣기만 하다보면 유난히 내용이 비슷한 부분이 더 잘잡힐때가 있다. 특히 노래가 더 그렇다. 어디서 약속이라도 한 듯 천편일률적인 가사들에 질릴때는 방송을 끄고 골라서 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가 맘 먹고 구입한 음반들은 클래식처럼 가사가 아예 없거나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어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고심해서 골라놓은 사랑없는 노래들이다.
재미있는 주제들 일상적인 평범함 사랑 아닌 우정 같은 걸 노래하는 음반들만 모아놓고 보니 어째 다들 비 공중파 밴드들이다. 나중에는 찾는 것도 귀찮아져서 저런 음반들만 내는 제작사를 찾아내고 거기 음반들은 그냥 리뷰만 보고 샀다. 이 음반도 그랬다.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이름과 예전에 루시아 라는 이름으로 실렸던 코라보레이션 음반에서 인상적인 가사를 기억해뒀다가 구입했다. 그래서 그랬나 자기만의 방 이라는 제목과 물 속에 잠겨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올커니 이건 그런류 라고 착각한 , 그러니까 내 실망은 내 멋대로였던 기대에서 비롯된 오해의 결과물이다.
대부분의 가사들이 제목만큼이나 시적이다. 우아하거나 아름답다거나 그런 수식어가 어울릴법한 노래들이다.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도 그런 분위기 조성에 한몫한다. 그렇지만 어째서 그 감정이 다 사랑이란 말이더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내 방에 있는 게 전부 다 사랑과 연애는 아니란 말이지. 이소라의 정말로 처절하게 슬펐던 음반, 달 처럼 대놓고 난 지금 사랑에 미쳐서 죽을거 같다고 말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연애감정을 저렇게 담담하게 들여다보는게 정말 가능하긴 한가 싶기도 해서 별로 공감이 안간것도 불평이라면 불평이겠지. 누가 보면 음반 하나듣고 별소릴 다한다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길게 썼는데 요약하면 애매했다. 종종 떠오르는 지나간 감정에 대해 우아하게 관조해보고 싶은사람에게 어울릴 법한 음악. 어떤 분은 좀 오글거린다고 써 두셨던데 개인적으로는 공감이었다. 목소리가 참 맑고 좋던데 저런 목소리로 다른 노래도 좀 불러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듣는 내내 그런 생각만 자꾸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