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필터 4집 - Peace N' Rock N' Roll
체리 필터 (Cherry Filter)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전 체리필터 2집만 갖고 있었습니다. 2집 낭만 고양이로 이 밴드가 떴을 당시 1집은 품절이라서 구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전 원래 가수보다 음반 단위로 음악을 좋아하는 타입이거든요.

길가다가 낭만 고양이를 듣고 충동구매해서 정작 앨범을 사고나니 낭만고양이는 뒷전, [내 안의 깊은 폐허에 닿아] 라든가 [나를 왜!]같은 곡들에 꽂혀서 정말 질리도록 들었습니다. 여성 보컬의 당당하고 신나게 지르는 그 터프함이라든가 아직 발랄하지만 설익은 느낌의 음악들이 신선해서 정말 좋아했습니다. 당돌하고 솔직한 가사들도 상쾌해서 좋았구요. 당시 주변상황도 좋지 않았고, 심한 저혈압 체질이라 쉽게 우울해지는 제 정신건강에 정말 즉효약이 되어 준 음악들이었지요. 뭐랄까 듣고 나면 통쾌해진다고 하나.

그렇다고 세상 모르고 속 편하게 산 사람은 이해 못할 적당한 그늘도 갖고 있었지요.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철 없이 반짝거리는 맑고 깨끗한 노래를 들을 나이는 이미 지났다는 이유도 있었고 주구장창 연애담이나 늘어놓는 여가수들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지겨웠던 탓도 있었어요.  거칠고, 어둡고 그 모든 것을 깐 바탕위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희망섞인 시선이 보이는 가사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낭만 고양이는 별로 였어요. 가벼운 농담같다고 할까 뭐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위 날다]를 들었습니다. 듣는 순간 실망했어요. 많은 분들이 말하셨듯 낭만 고양이의 변주곡 같았지요. 이 곡이 몇 집 곡인지도 몰랐습니다. 아예 안 샀거든요. 물론 앨범을 타이틀 한 곡만 듣고 평가하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압니다. 그렇지만 다른 들을 것도 많은데 별로 안 내키는 걸 들어야 할 이유도 없잖아요.

4집이 나왔다고 알라딘에서 알려주더군요. 그렇구나 하고 시큰둥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happy day를 듣는 순간 아 이거다 하고 웃었어요. 지금 배경음으로 틀어놓은 4집은 정말로 산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하는 음악들이 꽉 들어차 있어요. 3년 걸렸다고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그만큼 걸렸다고 자랑할만 하네요. 초기의 신선한 느낌들이 더욱 성숙해져서 돌아왔습니다. 보컬의 가창력도 여유가 생겨서 지르기만 하는게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는 느낌이 정말 멋있어요. 

락적인 요소가 강해졌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듣기 거북하지 않습니다.  보컬만큼 연주도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리가 꽉 찼다는 느낌이 들어요.  두근두근.  신나는 음악은 여전히 통쾌하고 예전의 쓴웃음을 여전히 머금고 있으면서도 따뜻하게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음색들도 좋고.. 하여간 좋습니다.

내 안의 폐허에 닿아 와 나를 왜! 를 평균내서 믹서해 놓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까요.(아닌것도 있습니다. 듣다보면 오.. 정말 락 밴드구나 하는 것도 있어요.) 저처럼 전문적으로 음악을 모르는 분들도 즐겁게 들을 수 있으실겁니다. 가을, 우울한게 싫으신 분들. 시원한 바람만큼 개운한 기분이 되어보고 싶으신 분들께 권합니다.  철없는 행복은 노래하지 않아요. 그림자도 있지요.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 그림자들을 다 끌어안고 웃어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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