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마법사 - 뉴 루비코믹스 910
메이지 카나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볼이 오동통한 바구니 든 꼬마와 흑발 쿨뷰티의 투 샷 표지에 15세 이상이 붙어있길래 ...헉; 했습니다. 설마 저 둘의 연애행각이 메인 스토리 였으면 중고로 도로 팔았을거에요. ....개인적으로 18세 미만 아이들은 보호하자!! 라는 주의라서^^;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길다란 흑발이 아름다운 표지의 쿨뷰티 마법사께서는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그 밑에 바구니를 든 귀여운 꼬마는 마법사의 제자되겠습니다. 메이지 카나코의 작품으로 처음 봤던 작품이 워낙 무겁고 어둡고 우울하고 질척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아이는 원래 마법사가 아닙니다. 출신성분 불명의 아이를 주워다(?) 키우는 세상사에 무관심한 마법사님. 안개를 먹으며 초연하고 표표하게 살아가는 신선같은 마법사 밑에서 아이는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합니다. 학교에는 왜 가느냐 라고 물었더니 여기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라는 대답 뒤에서 마법사는 잊혀진 기억속의 옛 사람을 추억합니다.  

세상만사 무심하게 살아가는 마법사는 연애도 안 합니다. 자신을 향해 동경의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제자로 받아주세요!라며 집으로 쳐들어온 꼬마의 친구를 마법사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간결합니다. ' 내가 싫어하는 눈빛을 하고 있지 않니 '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보는 마법사는 신선처럼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만 어딘가 처연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뭐 어때 라며 어깨를 으쓱하고 웃습니다. 리-님은 원래 저런걸. 

곳곳에서 허무개그에 가까운 반전들이 상쾌하고 시기 적절하게 터집니다. 다만 그 코드가 좀 비엘스럽달까, 비엘의 개그 코드를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스토리 자체가 복선이 많아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 연애담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에요.

귀여운 꼬마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그 눈에 비치는 마법사의 범상치 않은 모습들이 독자의 시선과 엇갈리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럼에도 이 따뜻한 이야기가 문득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법사의 기억 속에 단편적으로 남은 옛 기억과 옛 사람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무표정한 아이의 얼굴 위로 슬쩍 떠오르기 때문이겠지요.

옛 작품인지 이 작품에만 이런 펜선을 사용한 건지 같이 산 열전도의 작풍과는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인지로 봤던 옛 작품의 작풍에 더 가깝다고 느꼈어요.) 연필로 소묘한 듯한 거친 펜선이 그려내는 동화같은 배경과 옛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느긋한 스토리가 동화책을 한 권 읽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비엘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심각하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네요.  

덧 : 이거 단편집이 아니더군요. 끝에 '계속'이 붙어있습니다. 제발 출판사는 단편이 아니면 권수 표시 좀 해줘요...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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