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 소설가의 신작《희주》를 읽다가 문득 생각난 건데... 새삼 세어보니 십수 년 전의 일이네. 아이구 세월아~암튼 당시 떠들썩하게 어울리던 무리에 쫌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전시회를 한다기에 가서 둘러보고 그림 하나는 사야하는 거 아닌가 싶어 마음에 드는걸 고르고는 가격을 물었다. 화가가 좀 비싼데 살수있겠냐고 해서 내가 그림을 사는 데 치를 수 있는 최대한의 액수 30만 원을 불렀다 화가가 웃으며 xx식당에 가있으라고 했다. 술자리에서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화가의 그림값 얼마정도하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몰랐다. 다들 쉬쉬하며 액수를 소근거리기에 화가에게 물었더니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내가 말한 것(30만 원)에 스무 배는 받아야 하지않겠냔다. 그림의 가격을 묻는것도, 바로 대답하는것도 불경스럽거나 천박한 행위라도 되듯이 어물쩡 답하는 게 이해가 아주안되는건아니지만 좀 꼴값스럽게 보이기도 했더랬다. 그림이 그 가격에 실제로 팔렸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그림도 문학도 그외 다른 예술도 스스로를 지키려는 포즈가 취해지는 순간 꼴스러운 누명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것도 같다책에 그림 사는 장면 읽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희주》로. 앞서말했듯《희주》는 박향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다 읽고 리뷰를 올려야 하는데... 말이 난 김에 살짝만 소개하자면, 《희주》는 항암 치료의 고통을 겪었던 작가가 어깨힘 풀고, 예술적 포즈 따위 다 버리고 투병 경험과 고통속에서 깨달은 삶의 비의를 주인공 희주가 더듬어가는 기억여행으로 채운 장편소설이다. 희주는 항암의 고통이 파도처럼 자신을 덮칠 때 스스로에게서 벗어난 목격자로 물러선다. 그리고 파도와 함께 찾아온 또다른 희주의 생을 추적한다. 몇달전 내 동생이 겪은, 지금도 겪고있는 투병의 경험을 같이해서인가. 희주의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희주》의 독서 여정은 아프고 힘들고 먹먹하지만, 오늘은 희주를 읽는, 희주와 함께하는 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