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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빠졌어!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3
안토니오 오르투뇨 지음, 플라비아 소리야 그림, 유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월
평점 :
지금은 중학생인 아이가 어렸을 적 일이다. 유치가 빠지긴 전 아이가 사고로 앞니가 빠진 적이 있었다. 놀라서 우는 아이에게 이가 빠진 자리에 새 이가 돋아날 거라고 아이를 안심시켰지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서럽게 울고는 했다. 또 한 번은 유치가 처음 빠졌을 때 아이는 이를 손바닥에 쥐고는 태어나서부터 함께 한 소중한 이랑 헤어져야 한다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유치가 빠지고 새 이가 날 것을 이미 아는 어른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다. 하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인생에서 처음 겪는 신체 변화로 커다란 사건이다.
나탈리아는 어느 날 자전거 사고로 앞니가 빠지며 피투성이가 된다. 의사 선생님은 상처를 치료해 주시면서 곧 새 이가 나올 거라고 다독여 주신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 우고가 나탈리아를 “앞니 빠진 덜렁이”라고 놀린다. 화가 난 나탈리아는 집토끼 파스를 시켜 우고의 손을 깨물게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고는 우고가 키우는 개 두 마리가 토끼를 단숨에 잡아먹을 수 있다며 으스댄다. 그 말을 듣고 나탈리아는 고민에 빠진다. 우고네 개들은 나탈리아보다 덩치가 큰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이 책은 유치가 빠질 시기에 우연히 사고로 앞니가 빠지게 된 아이의 심리와 변화 과정을 섬세하고 위트있게 그린 책이다. 글을 쓴 안토니오는 멕시코 출신 소설가로 이 책은 그의 첫 그림책이다. 그림을 그린 플라비아 또한 멕시코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로 여러 그림책을 작업한 바 있다.
이 책의 경우 글의 스토리도 탄탄하고 그림을 보는 재미도 크다. 앞뒤 면지 그림부터 책 속 낙서 하나까지 저마다 의미가 담겨 있고, 무엇보다 콜라주 기법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작가는 주인공이 겪는 두려움과 공포, 속상함, 우고네 개를 이기고 싶은 마음 등 아이의 심리와 아이다운 상상력의 세계를 세밀하고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또 아이의 두려움과 공포를 잠재우는 과정도 재치 있게 그려 놓았다. 주인공의 아빠가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신빙성 있게 유치가 빠지고 새 이가 나는 과정을 설명해주면서 아이를 안심을 시키는 모습, 엄마가 멕스코만의 빠진 이에 대한 풍습을 알려주며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습은 위안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아이 관점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롭다. 신문이나 책을 보느라 아이가 가진 두려움을 봐주지 않는 아빠의 존재는 크게 표현하고 아이의 존재는 아주 작게 그려낸 것, 바쁜 아빠의 바지 뒤를 살며시 붙잡고 있는 아이 모습, 업무나 텔레비전에 빠져서 아이를 잘 봐주지 않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을 눈이 보이지 않게 그린 것, 선생님의 성난 얼굴 등은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철저히 아이의 관점에서 그림을 그린 작가는 아이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면지에도 담아 놓았다. 앞 면지 왼쪽 아래에 이가 다 빠지고 한 개 남은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 있고 그 옆에는 민들레 홀씨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다. 뒤 면지에도 민들레 홀씨와 예쁘게 피어난 민들레 꽃이 나온다. 민들레 홀씨는 바람이 불면 하나씩 빠져 날아가지만, 날아간 홀씨는 다시 땅에 심어져 예쁜 민들레 꽃으로 피어난다. 작가는 유치가 빠지고 새 이가 예쁘게 나는 것을 민들레 꽃에 비유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더불어 두려움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이에 구멍이 난 해골 그림을 얼굴에 대고 있는 면지속 마지막 그림으로 시원한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아이들의 세계를 잘 표현한 이 책을 통해 첫 이가 빠지는 시기에 아이들이 겪게 되는 두려움과 고민이 무엇인지 만나보자.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고, 아이들은 처음 겪는 신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두려움에서 스스로 벗어나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치가 빠지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