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상상 그림책 학교 22
이자벨 아르스노 지음, 엄혜숙 옮김 / 상상스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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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색빛 집들 사이 노란색 건물이 눈에 띈다. 빈 상자들이 널려 있는 이 집은 골목길 동네로 새로 이사 온 콜레트의 집이다심심한 콜레트는 엄마에게 동물이라도 키우게 해달라고 하지만 엄마는 안된다며 새로운 친구들을 찾아보라고 한다. 낯선 골목길에서 처음 만난 알버트와 톰에게 콜레트는 새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꾸며낸다. 새를 잃어버렸다니, 친구들은 안타까워하며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모두 함께 콜레트의 새를 찾아 나선다. 골목길을 누비며 친구들이 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라고 다른 친구에게 외칠 때마다 콜레트 주변에 새 친구가 한 명씩 늘어간다. 친구들이 콜레트에게 새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물을 때마다 콜레트의 거짓말은 점점 부풀어 오르고, 급기야 콜레트는 앵무새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세계 여행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 선상에 서 있는 아이들의 세계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제인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거미 엄마, 마망 : 루이스 부르주아>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는 주로 왕따나 홀로 있는 아이를 주제로 한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는데 이 책의 주인공 콜레트도 그런 아이이다. 콜레트는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갖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모른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낸다. 작가는 그런 콜레트를 샛노란 외투를 입고 외투에 달린 모자를 얼굴에 꽉 끼게 쓰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틈 없이 조이던 모자는 콜레트가 친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기 시작하고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을 때 조금씩 벗겨지고, 친구들과 정글 탐험 놀이를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완전히 벗겨져 콜레트가 자신만의 틀을 깨고 나와 교감을 하는 아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수채화, 연필, 크레파스, 펜, 선, 흑백과 절제된 채색의 대비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어 온 작가는 이 책에서도 콜레트의 변화와 아이들의 세계를 자신만의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흑백톤의 그림은 아이들이 상상을 키워가고 상상의 세계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때 다양한 색으로 채워진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골목길에서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과 검은 고양이가 등장해 모두 함께 콜레트의 새를 찾아 다니는 모습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그림 속 빈 상자에 표시된 깨지기 쉬움이란 말은 콜레트와 친구들의 상상 모험이 곧 깨질 것을 예고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상상 세계가 어른들에 의해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른들에게 새를 잃어버렸다는 콜레트의 말은 그저 거짓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콜레트와 친구들에게 잃어버린 새 찾기는 진지한 모험이자 탐정 놀이였다. 콜레트의 잃어버린 새는 콜레트와 아이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상상 속 모험을 떠나게 해주는 재미난 요소였다. 친구들의 호기심에 따라 점점 커지고 풍성해지는 콜레트의 상상력, 콜레트를 도우려는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콜레트와 함께 기꺼이 상상 속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돋보인다.

 

이 책은 안타깝게도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다. 이것은 혹여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 것 때문은 아닐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허풍 가득한 거짓말쟁이에 거친 말투를 가진 삐삐라는 캐릭터를 두고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지탄 또한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일부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삐삐 롱스타킹은 아이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며 오랜 세월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상상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할 때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력의 세계는 더욱 풍성해지며 아이들이 그 안에서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해주고 깨지기 쉬운 아이들의 상상력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는 것은 어떨까. 엄마가 부르지 않았다면 콜레트의 상상이 어디까지 커졌을지, 또 친구들은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고 어디까지 상상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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