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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류상태 지음 / 삼인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저는 류상태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종교문화와 종교의 자유>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는데
약 2시간정도 진행된 강의는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그분의 신간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의 속에 씌여진 내용들이었지만
책 밖에서 저자의 목소리로 들은 교회개혁의 주장은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우선 강의를 시작하면서 종교와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부에서 철학을, 석사과정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했지만 이웃종교에 대해서 함부로 언급하기 어렵고 그 종교의 심오한 아름다움을 훼손할 지 모르므로 종교라는 포괄적인 의미보다는 기독교(개신교)라는 단어로 바꿔서 이야기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더군요. 그러면서 종교도 인류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문화의 범주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모든 종교는 인간문화의 총체적 산물이며 상호간에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살리는 종교, 사람을 잡는 종교'라는 중간제목으로 이야기 하였는데, 자신의 신념체계만 절대진리인양 여기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을 가진 종교집단이 역사적으로 사람잡는 종교의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까이는 기독교 근본주의자 부시와 이슬람 원리주의자 빈라덴을 들고 멀게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벌인 유럽의 30년전쟁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하였습니다. 여기에 강의석 사건의 대광고등학교를 또한 예로 들었습니다. 기독교 재단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기관의 본연의 의무에 앞서 자신들의 신앙을 모든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만약 자신들의 학교운영에 반대한다면 떠나라는 식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는 비단 대광만의 문제는 아닌 우리나라 많은 미션스쿨이 갖고 있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종교'의 예와 반대로 '사람을 살리는 종교'의 경우로서 슈바이처와 데레사 수녀를 들더군요. 인종과 종교를 떠나서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인격체로서 대하고 섬긴 그들의 삶이 바로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인류사랑 정신으로 보았습니다.
아마도 류상태 선생에 대한 평가중 가장 혹독한 것이 그의 신앙관인 듯 합니다. 제가 책을 통해서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 바라본 그는, 목사직을 반납하기는 하였지만 영원한 기독인이었습니다. 다만 종교적 다원주의를 받아들인 기독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실제로 이슬람과 불교 안에는 매력을 느낄만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가 이슬람에 갖는 편견과 증오심, 더 나아가 과오를 비판하였습니다. 또한 2000년전의 배타적인 교리에 집착하지 말고 포용주의와 다원주의를 받아들이자고 하였습니다. 이런 부분만 밑줄 그어 읽는다면 류상태 선생은 '사탄의 자식'이라고 표현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자신의 신앙을 견지하며 다원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기독교를 떠나고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교회들의 닫혀지고 배타적인 것을 열어보자는 주장을 하며, 실제 그러한 표양을 보여주는 한신대와 기장(기독교장로회)계통의 교회들을 예로 들기도 합니다. 그의 책 뒷부분 쯤에 강의석군 사건이 일어난 후 학교 관계자가 찾아와 신앙의심하며 묻는 대목이 있더군요. 거기에서도 그는 밝혔습니다. 성서의 말씀을 믿고(다만 문자 그대로는 아님), 사도신경을 믿고(단 신앙고백으로서), 하느님의 아들이고 삼위일체이신 예수님을 믿고, 신앙고백적 사건으로서 성서의 기적(단 객관적 진술로는 여기지 않음)을 믿는다고 말입니다. 이정도면 그에게 던져진 '사탄의 자식' '이단'이라는 돌맹이는 무효하지 않을까요.
그의 책이나 강연 속에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날선 것과 달리 타종파와 종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기독신자들의 반감을 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기독교의 소수 종파인 기독교장로회의 개혁적인 부분들을 좋게 평가한다든지, 가톨릭의 제2차바티칸공의회 이후의 쇄신과 이웃종교와의 대화에 대한 호의, 그리고 불교를 너그러움과 풍요로움을 잃지 않는 종교로 바라본다든지 하는 점은 기존 기독교문화에 익은 사람들이라면 철저한 신앙을 가진자가 아니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 또한 내심 "이사람 너무 좋은 점만 보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달리 생각해보니, 차이보다 같은 입장을 교리에서 찾아내서 공감하는 노력과 다른 종교와 정파의 좋은 점을 적극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독교를 만드는 것이겠죠.
예수교 장로회의 목사로서 학원선교하는 교목이였던 그는 현재 목사직과 교사직을 반납하고 호구지책으로 노점상을 하며 기독교 의식개혁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평범한 생활에서 저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기때문에 화풀이로 그런다는 일각의 평가는 솔직히 그에 대한 신앙적인 의심을 하는 분들보다 치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었다면 강의석 사건때 왜 철밥통 던지고 나섰겠습니까. 다만 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하서 이론이 있다면 토론과 대화로서 해결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강의석 사건의 조연으로 비춰진 그는 이제 주연으로 비로소 자리매김한 듯 합니다. 학원의 예배자율선택을 강의석이 문제제기 하였다면 류상태 선생은 그 본질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그는 이것이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성 극복운동의 시작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드문 한국 기독교회의 기형적인 현상들을 재고해보는 기회가 되길 진정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쁘게 그 일에 뛰어들 것임을 자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그의 신간 저서를 신학적인 저서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의 일련의 주장에 대해서는 꼭 그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류상태 선생이 운영하는 인터넷 공간이 있으니 그곳에서 토론하여도 좋을 듯합니다.
이미 그곳은 안티기독교인에서부터 철저한 기독신자, 게다가 이웃종교인들까지,
주장과 대안과 반론과 재반론과 건설적인 대화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불거토피아(http://cafe.daum.net/bgtopia)
2005. 7. 14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