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교수의 책이 올 초 번역되어 나왔을 때 반미 반전의 한 그룹에 서기를 기대했던 나는 아무런 주저없이 책을 주문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다른 책에서 인용된 것을 통해 실천적 미국지식인으로 알고 있었고 엠비시 10부작 '미국'을 통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일으킨 전쟁을 실랄히 비판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자서전적 의미가 깃든 <달리는 기차에는 중립이 없다>라는 책을 통해 존경해마지 않던 터였다. 역시 이번 책에서도 그의 냉철한 미국인식과 전쟁에 대한 비난은 첫 장에서 마지막 쪽까지 독자가 적극적으로 수긍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진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의 조국 미국이 그들이 가진 역사동안 어떤 전쟁을 일으켜왔는지 증언하고 있기에 이 책의 의미는 더욱 값지다. 보통 우리가 아는 범위의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쟁' 뿐만 아닌,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파멸시킨 역사와 멕시코의 영토를 빼앗은 역사, 그리고 정당화된 전쟁이라고 기록되어온 '제2차세계대전' 공간에서의 미국의 야욕을 끊임없이 성토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의 전쟁 의욕이 현재 어떻게 이라크 등 아랍권을 고립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필자의 인식은 참으로 진보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워드 진 교수는 이 책의 중반 이후 절반정도를 마키아벨리주의에 투영시켜 미국을 평가하고 있다. 일명 <군주론>이라는 세계적 문제작을 통해 전세계 제왕과 정치인들의 통치지침을 마련해줬던 마키아벨리의 이념을 소개하며 바로 그러한 현실적응적인 모습을 단호히 비판하고 있다. 어쩔수 없이 전쟁한다, 혹은 정당한 전쟁이다, 혹은 불의를 깨치기 위해 싸운다고 말하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그 이면의 패권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미국의 야욕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은 선진화된 자유국가라고 의시대면서도 그 안에서 백인우월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결국 그들 자신만의 안위와 만족을 위해서 스스로 전쟁하거나 전쟁에 관여하는 행동을 한다. 하워드 진은 2차대전 당시 공군폭격수였다. 정의로운 전쟁을 하기 때문에 서로 먼저 비행하려고 나섰던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전쟁 후반 자신이 떨어뜨린 폭탄으로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느끼고,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어떤 경우에서든지 모든 전쟁은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이런 인식의 전환은 평생 대학의 강단과 거리에서 반전을 외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또 말한다. 반전의 선두에는 누구보다 먼저 전쟁을 경험한 '재향군인회'가 서야하고, 재향군인의 날에는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보다는 전쟁으로 피해입은 사람들을 기념해애한다고.... 이 말은 상당히 보편타당한 말이면서도 신선하다.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어면 그가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전승기념에 방점을 찍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새벽에 일독을 마친 <전쟁에 반대한다>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하고 이라크의 죄없는 시민들까지도 죽음에 몰아넣은 전범 미국에 반대하는, 바로 우리가 읽어야할 필독서가 아닐까? 아울러 이 책은 미국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또하나의 진실된 미국자료가 될 것이다. 고령의 하워드 진 교수의 건강을 빌며 그의 여전한 평화사랑이 더욱 미국의 전체국민들에게도 감염되기를 기대해 본다. 2003. 4. 25 새벽 이용철 더불어 읽어 볼 책 2권 1. 하워드 진<달리는 기차에는 중립이 없다> 2. 정연주 <서울-워싱턴-평양>